"배움의 기회를 잃는 게 전장의 포화보다 더 무섭더군요."
박세환(사진) 재향군인회장은 15일 인터뷰에서 고희(70세) 인생의 경험 속에서 절절하게 느낀 얘기를 이렇게 꺼냈다. 그의 말은 단순히 수사(修辭)가 아니었다. 그는 1967년 월남에 파병됐을 때 전투수당이 나오면 2달러씩 떼서 장학기금으로 모았다. 파병 전 고려대 ROTC 교관으로 복무하면서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그만두는 학생들을 보고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던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그의 뜻에 감동한 부대원들도 동참, 2년 후 귀국할 때는 수천 달러가 모였고 이 돈을 전국 대학의 ROTC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박정희 대통령까지 300만원을 쾌척했다. 이후 군부대에서 장학기금 운동이 번졌고, 이렇게 모은 20억 원의 성금은 현재의 ROTC 장학재단을 만든 토대가 됐다.
향군회장으로 취임, 지난해 10월 시작한 첫 사업도 향군장학기금 조성이었다. 나라 위해 목숨 바친 부모의 경제적 사정 때문에 자식이 학업을 그만두는 비극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 100억 원을 목표로 기금을 모으던 중 내 고장 사랑운동을 접하고 무릎을 쳤다고 한다.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 회장은 "내 고장 사랑운동과 나라사랑의 정신은 매한가지"라며 "향군 850만 회원의 저력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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