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ㆍ김길태 사건의 충격이 채 가라앉기 전에 초등학생을 대낮에 학교에서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이 터졌다. 당국은 이번에도 설익은 뒷북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실효성을 진솔하게 생각해볼 때다.
성폭력사범 관리ㆍ치료 강화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성폭력 출소자에 대한 우범자 관리강화 방안'이다. 경찰은 김길태 사건 당시 성폭력 전과자 1만2,000명을 집중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리대상에서 누락된 장기복역 출소자 모두를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의 예방적 우범자 관리는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어 법치주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그 방식도 주소 변경을 확인하는 정도에 그쳐 실효성이 의문스럽다.
선진국에서는 형기 종료 후 보호관찰 제도를 통해 사회 내 범죄자 관리감독 전문가인 보호관찰관에게 맡기고 있다. 보호관찰관은 출소 후 대상자를 수시 면담하고 취업 알선, 상담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또 대상자가 재범 징후를 보일 경우 강력한 사전예방 조치를 취한다.
정부가 아동 성범죄자 관리정책을 추진하는 데 명심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대다수 성폭력사범은 다시 사회로 돌아온다. 단순 감시만으로 재범을 단절시킬 수는 없다. 모든 성폭력사범의 위험성은 서로 다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한 보다 체계적인 성범죄자 관리 모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첫째, 사회로 돌아오는 대다수 성폭력사범의 위험성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대안이다. 다행히 전자발찌 제도가 성범죄자 사회 내 관리의 대안으로 시행 중이므로, 지속적 자원 투입을 통해 발전시켜야 한다. 또 현행법상 전자발찌 부착 대상에서 제외된 성폭력 초범 중 반인륜 사범, 성폭력사범으로 돌변할 수 있는 주거침입 강도범 등도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둘째, 교정시설에 수감된 성폭력사범은 전문가 치료를 의무화하고, 출소 후 전자발찌 착용 중에도 지속적으로 치료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 성범죄자 치료에서 교도소 치료감호소 보호관찰소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내실 있는 치료를 위한 전문가 양성과 프로그램 개발ㆍ평가에 힘써야 한다.
셋째, 중증 성기호증 환자는 약물 투여를 통한 '화학적 거세'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중증 성기호 환자에 대한 약물 투약은 효과가 높고 부작용은 별로 없다고 한다. 다만 1인당 연간 500만원에 이르는 약값 등 관리비용을 평생 동안 누가 부담할 지 문제될 수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한다.
포괄적 정책 마련해야
마지막으로, 재범 위험성이 조기 치료됐거나 경미한 성폭력 사범은 조기 가석방을 하되 사회 안전이 담보되도록 가석방 초기에는 24시간 가택 구금, 중기에는 전자발찌 착용과 외출 허용, 최종 단계에는 전자발찌 해제 후 단순 보호관찰 등의 단계적 처우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동 성폭력 사건이 재발할 때마다 관계 부처는 국민적 공분을 진정시킬 극약처방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려고 한다. 그러나 진정 국민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은 장기적 관점에서 현행 정책의 성과를 냉철히 분석하고, 새로운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그 기대효과를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다. 이번 김수철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균형 있고 포괄적인 정책 점검을 기대한다.
김일수 고려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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