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푸른미선나무의 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푸른미선나무의 시

입력
2010.06.15 12:24
0 0

저 충북 어디 가면 미선나무들이 많이 산다지

그녀들 이름은 상아미선나무 분홍미선나무 혹은 둥근 미선나무

라지 그중 푸른미선나무도 있다지

영원히 봄에도 푸른미선나무 여름에도 푸른미선나무라지

겨울 눈이 좋지 않은 요즘도 푸른미선나무는

자신의 미선나무지 나의 미선나무는 되지 않는다지

교목처럼 높지도 않고 위태롭지도 않아 키는 고작 일 미터

향기도 짙지 않은 푸른미선나무는

항상 기슭에 살아도 자신이 왜 푸른미선나무인진 모른다지

그 자리에서 거치 없는 잎사귀와 관다발만 수없이 만들었지만

그 끝없는 사계의 반복만이 그의 산에 사는 즐거움이라지

처녀 같은 푸른미선나무들 자줏빛 반질한 가지 꽃봉오리는

이듬해나 꽃 먼저 터트리는 푸른미선나무

그 푸른미선나무는 충북 어디 산기슭에만 산다지

● 그러고 보니 어느 해 초파일인가 김천 제 고향의 절 직지사에 놀러갔다가 연등 아래에 한복을 입고 선 초등학교 동기생을 본 일이 있어요. 제 나이 중학교 3학년 때인가 언제인가. 이름이 미선이와 비슷했지요. 멀찌감치 서서 그 모습을 보고 난 뒤에야 쑥쑥 자라는 여름나무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됐지요. 푸른미선나무라고 하는데 그 이름만 듣고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건 우린 모두 한 때 그렇게 푸른 나무의 모습에 가슴이 설렌 적이 있기 때문이겠죠. 오래된 기억 속 어딘가에만 산다는 그런 푸른○○나무(각자 이름을 채워넣으세요).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