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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 월드컵/ '게르만주의' 이방인에 밀려 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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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 월드컵/ '게르만주의' 이방인에 밀려 퇴색

입력
2010.06.1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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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혈주의'는 독일 축구의 오랜 전통이었다. 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떨어진 국민적 사기를 끌어 올린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우승 후 '게르만주의'는 독일 축구의 지배적 정서였다.

1990년대까지 독일 축구대표팀은 '유색 인종'에 문호를 개방하지 않았다. 프랑스, 잉글랜드 등 여타 유럽 팀과 달리 '순혈주의' 고수에 집착을 보였다. 성적 부진이 이어져도 외국인에게 독일 축구의 지휘봉을 맡기지 않은 점은 '순혈주의'에 대한 독일 축구의 집착을 잘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러나 독일은 2000년대 초반 세대 교체 실패로 인한 전력 급락 이후 순혈주의를 포기했다. 특히 최근 들어 '이방인'이 독일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급격히 늘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한 독일 대표팀은 '외인 부대'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독일은 14일 오전(한국시간) 조별리그 1차전에서 호주를 4-0으로 대파하며 우승 후보의 면모를 과시했다. 게르만족이 아닌 '이민의 후손'들이 대승을 이끌었다.

선제골을 터트리 루카스 포돌스키와 두 번째 골을 작렬한 미로슬라브 클로제(이상 바이에른 뮌헨)은 폴란드에서 태어나 독일 시민권을 딴 이들이다. 네 번째 쐐기골을 작렬한 카카우(슈투트가르트)는 브라질 태생으로 지난해 5월 귀화했다.

이날 출전한 독일 대표팀 선수 14명 중 7명에 이방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미드필드의 핵 메슈트 외질(브레멘)은 터키, 사미 케디라(슈투트가르트)는 튀니지계다. 교체 투입된 마리오 고메스(바이에른 뮌헨)는 스페인, 마르코 마린(브레멘)은 보스니아계 후손이다.

이방인을 대거 수혈하며 정상 등극에 의욕을 보이는 독일이 '용병'의 힘으로 2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루스텐버그(남아공)=김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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