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을 무참히 성폭행한 '제2 조두순'사건과 관련, 경찰의 사건 은폐ㆍ축소 시도가 사실로 드러나자 경찰 일선에서는 "여전히 구시대적 사고방식에 젖어있다" "시대의 흐름에 한참 뒤처져 있다"며 자괴감을 드러냈다. 피해 아동의 2차 피해 방지가 물론 중요하고도 당연한 명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사건 자체를 숨기고 보도를 못하게 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 보호는 물론 '재발 방지 대책 수립ㆍ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공익을 도외시한 처사하는 비판이 거셌다.
일선의 한 경찰관은 "'피해자 소송 운운하며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방법"이라며 "피해자 신상 보호야 수사기관의 당연한 의무지만 사건 자체를 없었던 것으로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강력팀의 한 형사도 "피해 가족의 또 다른 상처에 대한 우려는 공감하지만 직무에 충실해 얻은 결과를 덮으려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뭇매를 맞더라도 빨리 공개하고 방안을 강구해야 했다는 후회도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신분을 보호하는 방법이야 다양한데 사건을 드러내지 않으려고만 하다 일만 커진 것 아니냐"고 푸념했다. 일선의 한 과장도 "검거를 잘 했는데 이후 대처가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며 "은폐ㆍ조작할 이유가 없는데 (경찰이) 먼저 나서 덮으려 한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경찰관은 "실상 대부분의 업무를 윗선에서 결정하고 시키는 대로 할 뿐인데 피의자를 검거한 형사들을 조사하니 얼마나 억울하겠냐. 막상 일이 터지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정서가 만연하다"고 조직 풍토를 탓하기도 했다.
시민들도 경찰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대학생 김모(25)씨는 "중요한 사건을 집단적으로 은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보도를 통해 다방면에서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대책 논의가 이뤄지는 것인데, 덮으려고만 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대학생 강채희(25)씨는 "감출수록 국민은 더 불안해하고 경찰 신뢰는 그만큼 떨어진다"며 "숨기는 것으로 국민의 불안감을 해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주부 이모(53)씨는 "국민의 알 권리는 무시한 채 사건을 숨기려 했다니 딸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불안감만 더 커진다"며 "덮으려 한 시도가 성공했다면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도 모른 채 살아갔을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그때그때 땜질식이 아닌 체계적인 교육이나 프로그램을 통해 근본적인 민생치안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상욱기자
강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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