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장이 일선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아닌가."
7일 발생한 '제2 조두순'사건이 본보 지면을 통해 알려진 9일 오후 관할서인 영등포경찰서를 찾은 강희락 경찰청장의 언행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강 청장은 이 자리에서 사건 경위에 대한 내용을 보고 받고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주문했다.
문제의 발언은 그 다음에 나왔다. 추격전과 격투 끝에 피의자 김모(45)씨를 검거한 형사에게 "왜 삼단봉은 가져가지 않았느냐"고 질책한 것.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삼단봉(255g)은 직경이 1.3~2.5㎝로 접어서 휴대할 때 길이는 21.3㎝, 사용시 다 펼치면 55㎝이다. 주로 검거할 범인이 흉기를 소지하고 있다고 판단될 때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사용한다.
당시 피의자를 검거한 형사는 맨손으로 흉기를 휘두르는 범인과 맞서느라 양쪽 손가락 마디 곳곳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등 상처를 입었다.
서울경찰청이 벌인 감찰조사에서 범행현장 보존 미흡뿐만 아니라 삼단봉을 지참하지 않은 사실도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탐문 수사 중에 삼단봉을 들고 다니면 '내가 경찰이오'라고 알리는 꼴인데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범인의 은신처를 알고 출동한 것도 아니고 몸을 사리지 않고 피의자를 잡은 형사에게 사소한 부분을 탓한 게 아니냐는 것. 일선의 한 경찰관은 "삼단봉을 반드시 휴대하고 다녀야 하는 규정도 없을뿐더러 범인의 행방을 탐문 수사하다 맞닥뜨린 급박한 상황에서 일어난 일인데 현실을 모르는 결과론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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