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조두순 사건'에 대한 경찰의 조직적 은폐 시도(본보 14일자 1ㆍ14면)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경찰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은 이를 일선 간부의 거짓 보고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아동 성폭력과 초등학교 안전문제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간과한 것에 대해서는 경찰 수뇌부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서울청이 '제2 조두순 사건' 발생 초기에 비공개 지침을 내린 것은 '피해자 가족이 언론공개를 원치 않고 공개 시 손해배상 소송을 하겠다고 했다'는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의 과장ㆍ거짓보고 때문이었다"며 "영등포서 서장 등 사건 지휘책임자들에 대한 감찰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의 발언은 부실한 성폭행범 관리 등에 대한 여론의 비난을 우려한 경찰의 의도적인 은폐가 아니라 단순히 일선 경찰서의 거짓보고에 따른 상부의 잘못된 판단이라는 해명이다. 서울청은 이에 따라 사건 직후 비공개 지침을 상부인 강희락 경찰청장에게도 보고했고, "언론보도 시 소송" 운운 등 피해자가 하지도 않은 말을 꾸며 본보의 특종보도를 막으려 하는 등 각종 압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일선 경찰서의 거짓보고 탓으로 돌린 조 청장의 발언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실제로 사건을 맡고 있는 일선에서는 "서울청을 비롯한 상급기관에서 사건을 덮으려고 하다가 막상 일이 터지니 밑으로 책임을 미룬다"는 불만이 사건 초기부터 터져 나왔다.
조 청장도 사건의 은폐시도에 상부 지휘계통의 개입가능성을 염두에 둔 때문인지 "만약 (여론의) 비난이 두려웠거나 상부의 명령에 따라 은폐를 위해 (영등포서에서) 거짓말을 했다면 엄중하게 처벌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건의 일선지휘를 맡고 있는 영등포서 최익수 형사과장은 조 청장의 기자간담회 뒤 "비공개 결정은 전적으로 내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피해자 부모에게 사건 정보가 유출되면 (정보유출자가) 형사처벌을 받거나 소송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고 부모도 공감했다"며 입막음을 시도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파장을 의식해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피해자의 2차 피해 가능성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아동 성폭행 사건에 대해선 특별히 피해자 보호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게 언론의 보도관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해명은 얼른 납득이 가지 않는다. 오히려 3월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인 사건(김길태 사건) 이후 3개월 만에 또다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한 여론의 비판을 우려해 경찰이 거짓 이유를 대며 사건을 숨기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정황상 설득력이 있다.
한편, 경찰청과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시민단체 등은 이달 말까지 17일간 전국 초등학교 5,858곳과 통학로에 대해 일제 방범진단에 착수했다. 이들 기관은 합동으로 교내 인적이 드문 취약지역 관리, 폐쇄회로(CC)TV 설치 현황, 경비원 운용실태, 방과 후 안전관리 현황 등을 집중 점검한다.
허정헌 기자
이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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