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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축구공이 둥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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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축구공이 둥글듯이

입력
2010.06.1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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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좋아하는 상업고등학교 동창 몇이 모인 '번개'다. 늘 고집스럽게 마시는 물 좋은 고향을 대표하는 소주, 남쪽바다 싱싱한 생선회가 안주다. 그러나 오늘의 진짜 안주는 월드컵이다. 학창시절부터 축구광인 친구는 한국이 그리스를 격침시킨 것에 꽤 흥분해 있다.

다음 상대인 아르헨티나와의 시합 또한 승리를 장담한다. 은행에 다니는 친구는 그리스 경제 형편에 대해 걱정이다. 한국전에서의 패배가 나라 빚이 눈덩이인 그리스의 경제에 분명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한다. 시인인 친구는 슬그머니 은행원 친구 편에 든다.

시인이 그리스·로마 신화로 말을 시작하려는데 야당 당원인, 이번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친구가 말을 가로막는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로 힘을 받기 시작한 4대강 사업 저지가 월드컵 때문에 힘을 잃을까 화가 나 있다. 축구공이 둥글듯이, 월드컵 축구를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가 둥글둥글 돌아간다.

당분간 시속 1,670㎞ 속도인 지구의 자전도 지름 21.7㎝의 축구공을 따라 이리 빙글 저리 빙글 돌아가며 정신이 없을 것이다. 축구광 친구의 꿈을 위해서는 16강 진출이 이뤄지길. 은행원 친구의 걱정을 위해서는 그리스의 국가경제에 볕이 들기를. 야당 당원인 친구를 위해서는 붉은악마 모두 4대강 저지 운동에 '대~한민국'을 외치며 동참하기를.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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