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라디오ㆍ인터넷 대국민 연설에서 나타난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입장은 '여론을 더 많이 수렴하되 근본 틀은 유지한다'로 요약된다. 국회 표결에 맡긴 세종시 문제와는 달리 4대강 사업은 계속 추진 쪽에 무게를 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날 "생명 살리기 사업" "대한민국 발전의 견인차" 등의 표현으로 4대강 사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대다수 정치인들이 반대했던 경부고속도로와 견주며 자신감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도 "무책임하게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일을 하다 마는 것은 이 대통령의 철학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환경을 위해 유익한 의견은 언제든지 반영하겠다" "더 많이 토론하고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4대강 사업 비판론자들의 '합리적' 의견은 수용할 뜻을 내비쳤다.
일단 정부는 4대강 사업이 토목 공사가 아닌 생명ㆍ환경 사업임을 홍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민 대토론회' 등을 통해 야당과도 적극적인 토론에 나설 예정이다. 이 대통령부터 다음달 취임하는 4대강 수계 지방자치단체장들과 만나 "4대강은 정치가 아닌 정책"임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4대강 사업 속도 조절론이 본격 논의될지 주목된다. 수질오염이 심각하고 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적극 호응하는 영산강부터 시작해 순차적으로 완공하는 방안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수계 지역별로 온도 차가 좀 있다. 전국 단위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실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권은 4대강 사업을 치수사업에 국한시키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충돌이 예상된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4대강 사업 발언은 독선으로 가득 차 있다며 "대운하로 불리는 4대강 사업의 과대한 준설과 높은 둑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야권과 4대강 수계에 위치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한 만큼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한편 환경부 문정호 차관은 이날 "지방자치단체장의 의견을 파악하고 있고 앞으로도 강연, 설명회, 간담회 등을 통해 4대강 사업을 설명하고 다른 이들이 우려하는 부분도 듣겠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 중단했던 4대강 사업 설명도 재개키로 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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