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얼룩진 아프가니스탄에서 1조 달러(약 1,20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광물 자원이 발견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이 소식에 누가 가장 기뻐할지는 분명치 않다. 아프간 중앙 정부, 혹은 막강한 지방 정부, 탈레반 세력, 아니면 미국일지 모른다. 중국도 내심 쾌재를 부를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 관리들과 미 지질학자들이 최근 아프간 전역에 걸쳐 구리, 철, 코발트, 금, 리튬 등의 지하 자원이 대량 매장돼 있음을 파악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도 이 같은 사실을 전달받았다.
특히 리튬 매장량은 세계 최대 매장국인 볼리비아에 필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은 배터리 원료로 휴대폰과 컴퓨터, 전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안 쓰이는 데가 없는 현대 산업의 필수 자원이다.
NYT는 이 때문에 펜타곤이 석유 매장량 1위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빗대 아프간을"리튬의 사우디"에 비유했다고 전했다. 보도 대로라면 전쟁으로 피폐한 아프간을 단번에 세계 유력 자원 수출국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 아편 재배나 미국 원조 등에 의지하는 아프간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은 120억 달러 정도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 중부군사령관은 NYT에 "많은 가능성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엄청나게 중요한 잠재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대한 지하 자원의 발견이 곧 아프간의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게 문제다. 현재 아프간 정세를 감안하면 양날의 칼이 될 여지가 다분하다. 아프간 정부와 미국 등 국제사회에 끈질기게 저항하고 있는 탈레반 세력으로서는 더 뚜렷한 공격 목표가 생긴 셈이다. 더욱이 아프간 정부 내 부정 부패의 심각성으로 볼 때 막대한 부의 존재는 더 극심한 혼란을 부를 수 있다. 지난해 아프간의 한 장관은 중국에 구리 광산 개발권을 넘겨준 대가로 3,000만달러의 뇌물을 받았다는 미측 비난을 받고 교체된 바 있다. 지방 정부에 대한 아프간 중앙 정부의 어설픈 통제력도 다시 가혹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아프간 자원 확보에 혈안이 된 중국도 미국으로서는 거슬린다. 이미 아프간에서 적지 않은 자원을 확보한 중국의 욕심은 끝이 없다. 어쨌든 아프간 정부는 막대한 지하 자원을 개발해 본 경험이 없다. 이는 미국에겐 기회다. NYT는 미국이 지하자원 개발 시스템 구축에 도움을 주겠다며 아프간 정부와 세계적 컨설팅 회사들을 연결시켜 주는 지원에 나섰다고 전했다. 미국으로선 자신들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여길 것이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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