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13일 6ㆍ15 선언이 남북 교류의 물꼬를 텄다는 데는 대체적으로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다른 평가도 내놨다. 한편에선 북한의 본질적 변화와 남북 관계를 제도화하는데 한계를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남남갈등의 도화선이 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선 한반도를 냉전에서 화해 구도로 전환시킨 계기로 평가하면서 현재 남ㆍ북한 긴장국면을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출구 모델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탈냉전구도 전환 계기, 대립국면 변화 실마리로"
어쨌든 한반도 차원에서의 냉전구도를 탈냉전구도로 전환시킨 중요한 계기로 봐야 한다. 물론 북한이 6ㆍ15 이후 변화하지 않은 측면들은 분명히 있고 핵개발 역시 비판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6ㆍ15가 모든 책임을 다 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군사적 위기까지 생각해야 하는 지금의 남북관계 상황을 보면 평화 비용이라는 측면에서 6ㆍ15에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다. '최소한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인식 역시 성과물이었다.
물론 6ㆍ15로 완전히 돌아가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남북 모두 화해와 협력이라는 6ㆍ15 정신 속에서 현재 강 대 강 국면을 돌파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군사적 긴장 국면 해소를 위해선 무엇보다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6ㆍ15는 여전히 현재적 의미가 있다고 본다.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경제·안보 불균형 미흡, 큰 틀 화해 협력 긍정적"
큰 틀에서 화해와 협력의 정신을 남북 간에 공유하고 더욱 확산시킨 회담으로 평가할 수 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10년간 이 틀 위에서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협력 교류를 해 왔다. 정전 상태인 한반도에서 이런 협력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
물론 이 기간 경제 협력과 안보 사이에 불균형이 있었던 점은 다소 미흡한 부분이다. 북한이 화해와 협력을 내세우면서 핵개발을 한 것 역시 한계로 볼 여지가 있다.
새로운 남북관계를 위해선 튼튼한 안보와 활기찬 교류의 균형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는 평화라는 헌법정신은 공감하면서도 튼튼한 안보만 강조해 남북 관계를 완전히 대립 관계로 만든 측면이 있다. 정부는 화해와 협력이라는 6ㆍ15 정신 속에서 활기찬 경제협력이라는 출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국민 공감대 없는 합의 남측 양보 北은 이용만"
6ㆍ15 선언은 남북 최고지도자들이 전격적인 회담을 통해서 국민의 공감대에 바탕을 두지 않고 도출한 합의다. 따라서 합의 자체엔 성과도 있었지만 이후 내내 남남갈등의 소재가 됐고 남북관계를 제도화하는데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김대중 정부는 우리가 교류하고 양보하면 북한이 변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북은 오히려 그런 상황을 자기 체제를 지키는데 유리한 측면만 봤고 결국 북한의 정책 변화로 가지 못했다. 실질적으로 한반도 긴장에서 가장 중요한 핵과 미사일은 햇볕 정책 당시 추진된 것이다.
남북은 앞으로도 대화를 다시 시도하고 관계 개선을 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안보라든지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또 남북 정상간의 합의 못지 않게 국민적 합의와 주변국과의 충분한 공감대 위에 차분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