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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석수도서관서 '6·25 전쟁기의 국어 교과서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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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석수도서관서 '6·25 전쟁기의 국어 교과서展'

입력
2010.06.1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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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비행기 보아, 저 비행기. 장독대 뒤에서 어머니가 나오십니다." (1951년 문교부 편찬 초교 1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 내용 중)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앞두고 한국전쟁 및 전쟁 직후 시기(51-58년)의 초ㆍ중ㆍ고교 국어 교과서만을 모아 놓은 전시회가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특정 단체나 정부 차원이 아닌 개인 수집가의 행사라는 점에서 관심이 적지 않다.

국어 교과서 수집가 김운기(52)씨. 그는 경기 안양시 만안구 석수도서관에서 열는 전시회가 바로 그것. '6.25 전쟁 기의 국어 교과서'라는 주제로 7월말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그가 소장하고 있는 국어교과서(약 2,000여권) 중 전쟁 시기와 관련된 147권이 선보인다.

이 시기의 교과서는 규격이나 내용면에서 다른 것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먼저 크기가 매우 작다. 미 군정기(45~48년)나 건국기(48~50년), 그리고 최근 출간된 교과서와는 달리, 초ㆍ중ㆍ고교 모든 교과서가 주머니 수첩용 크기(가로 13cm, 세로 18cm)인, 일명 '딱지 판' 이다.

쪽수도 모든 교과서가 표지 포함 32쪽에 불과하다. 종이의 재질 역시 표지와 내지가 똑같이 갱지다. 종이와 잉크가 귀한 당시 시대상이 고스란히 반영된 탓이다.

3학기 교과서도 눈에 띈다. 교육 체제가 요즘 같은 '1년 2개 학기'가 아닌, '1년 3개 학기'였기 때문이다. '비행기' '탱크' 'UN군 파병' 등과 같은전쟁 관련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글들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김씨는 "당시 어수선한 시대 상황을 반영돼 전쟁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크기도 매우 작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쟁이 끝난 뒤인 55년에는 초교 1, 2학년용에 한해 컬러 교과서가 나온 점도 이채롭다.

김씨의 '국어책 사랑'은 지난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어교사였던 아버지의 권유로 교과서를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문교부(발행처)나 대한 교과서㈜(제작업체)조차도 예전 교과서들을 제대로 보유하고 있지 못했다.

김씨는 "국어 교과서는 우리나라의 사회ㆍ문화, 그리고 말과 글자의 변화상이 그대로 담겨 있다"며 "그런데도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며 교과서 수집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의무감에서 시작된 그의 수집 여행은 그를 전국 방방곡곡의 헌책방을 안내했고, 심지어 바다 건너 일본 됴코(東京)의 고서점가까지 인도했다.

김씨는 "대한민국이 탄생하기까지 너무나 큰 질곡의 역사를 겪었던 만큼, 이번 전시회가 초ㆍ중ㆍ고교생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 과거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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