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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97명 사망… 키르기스 사태 악화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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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97명 사망… 키르기스 사태 악화일로

입력
2010.06.1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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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남부 오쉬시(市) 일대에서 10일(현지시간)부터 이어지고 있는 민족 분규로 13일 현재 최소 97명이 사망하고 1,20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키르기스 과도정부는 우즈벡계 소수민족을 겨냥한 키르기스계의 공격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가 점차 확산되자 13일 오쉬 일대에 24시간 통행금지 및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에 폭도 사살 권한을 부여했다. 과도정부는 내전 상황을 우려해 18~50세 예비군 비상 소집령도 내렸다. 지난 4월 반정부 유혈시위로 정권이 바뀌면서 혼란이 계속된 키르기스의 정정 불안이 더욱 악화하는 모습이다.

13일 AP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10일 밤과 11일 새벽 사이에 키르기스계와 우즈벡계 청년 1,000여명이 각목과 총기를 들고 오쉬 일대에서 집단 난투극을 벌였다. 목격자들은 10일 밤 우즈벡계가 밀집한 오쉬시 체리오무쉬키 지역에서 화재가 나면서 충돌이 커졌고, 흉기를 든 키르기스 젊은이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며 오쉬 중심가 상점과 우즈벡계 주택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키르기스계 폭도들은 12일 오후부터 오쉬 인근 도시 '잘랄 아바드'로 넘어가 공격을 이어갔다. 이들은 지역 경찰서를 장악해 경찰 간부를 사살하고, 군부대를 습격해 무기를 탈취하기도 했다. 영국 BBC 방송은 "우즈베키스탄과의 접경지역에선 무장한 키르기스 폭도들이 사냥감을 쫓듯이 우즈벡계를 찾아 공격하고 있다"며 "모든 것이 불타고 있어 전쟁을 방불케 한다"고 전했다. AP통신은 "겁에 질린 우즈벡계 수 천명이 우즈베키스탄으로 피신하려고 국경으로 몰려들고 있지만 폭도들이 총알을 퍼부어 길가엔 주검이 수없이 쌓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때문에 97명이 사망했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실제 희생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파키스탄인도 학생 1명이 살해당하고, 15명이 인질로 잡혔다고 파키스탄 외무부가 밝혔다.

현재 키르기스 과도정부는 사태를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오쉬 일대는 축출된 쿠르만벡 바키예프 전 대통령의 세력이 여전히 활개를 치는 곳이어서 과도정부의 치안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로자 오툰바예바 과도정부 대통령은 13일 방송에 출연, "오쉬 지역은 제어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밝혔다. 오툰바예바 대통령은 전날 "배후엔 바키예프 전 대통령의 복귀를 원하는 그의 친척들이 연관되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 공수 대대가 키르기스에 있는 러시아 군시설 경비 강화를 지키기 위해 이날 키르기스에 도착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오툰바예바 대통령은 민족분규를 진압해 달라고 군대지원을 러시아에 요청했으나 러시아는 국내문제라며 거부해 왔다. 공수 대대가 분규 현장으로 파견될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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