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KSLV-1) 1단 로켓 엔진 제작사인 러시아 에네르고마시사(社)가 "이번 실패는 우리의 실수 때문이 아니다"며 1단 로켓 결함 가능성을 정면으로 일축했다. 나로호 개발 당사자인 에네르고마시의 이 같은 입장은 사고 후 처음 나온 것으로 14일 열리는 한러 실패조사위원회(FRB) 첫 회의를 앞두고 양측간 극심한 시각차를 예고하고 있다.
에네르고마시는 11일(현지시간)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을 통해 "러시아가 만든 엔진은 계획대로 작동했다"며 "현재 한국에 파견한 대표단의 말을 들어보면 엔진 작동과 관련된 중대한 언급이 없다"고 밝혔다. 에네르고마시는 대신 제어장치 결함이 이번 발사 실패의 원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
반면 우리측은 원인 규명과 3차 발사를 낙관하고 있다.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연구본부장은 13일 "한국과 러시아가 맺은 나로호 관련 계약에는 2번의 시험발사에서 한 번이라도 임무에 실패하면 한국은 러시아에 한 번 재발사를 요청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밝혔다. 실패 원인이 어떻게 결론 나든 시기만 문제될 뿐이지 3차 발사는 가능할 거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향후 FRB에서 양측의 시각차가 어떻게 조정될지 주목된다. FRB는 한러 간 계약에 따라 나로호 발사 실패 원인과 3차 발사 여부를 확정하는 최종 의사결정 절차. 13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FRB에 참여할 우리측 전문가 명단을 비공식 결정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1단 로켓 문제를 부인하는 러시아측의 입장이 러시아의 차세대 발사체 '앙가라' 개발과도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앙가라에 쓸 엔진이 이번 나로호 1단 로켓과 같은 종류기 때문에 나로호 실패 원인이 엔진 문제로 결론 난다면 앙가라 계획 전체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측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사고 원인은 충분히 규명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대다수의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전체 시스템이 긴밀하게 연결된 우주발사체의 특성상 1단뿐 아니라 상단의 작동 데이터까지 모두 분석하면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충분히 밝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FRB에서 조속히 원인 규명을 마치면 이른 시간 내에 러시아가 3차 발사에 나서도록 하는 협상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러시아가 3차 발사에 참여하는 대신 우리보다 뒤떨어진 전자나 통신 같은 분야에서 기술적 이득을 얻으려는 방향으로 협상을 끌고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교과부는 제주 남쪽 공해상에서 해군이 10일 오후 발견한 부유물에 대해 "나로호 1단 로켓 잔해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13일 밝혔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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