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필리핀 마닐라의 중심가인 푸얏거리에 위치한 퍼시픽스타 빌딩. 이곳 5층에 입주해 있는 대우인터내셔널 마닐라 지사는 초대형 계약을 앞두고 협상 전략을 짜느라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국내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필리핀 정부에 다목적함(MRVㆍMulti-Role Vessel)을 판매하는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 박석용 마닐라 지사장은"다목적함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계약이 성사될 경우 우리나라 방위산업 수출의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이 고부가가치 상품을 앞세워 신성장 동력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윤이 적어도 많이 팔고 보자는 박리다매(薄利多賣) 식의 기존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방위산업 등 고부가가치 사업을 집중 발굴해 활로를 찾고 있는 것. 특히 한 번 팔고 끝내는 '단발성 계약'이 아니라 비싼 물건을 장기간 팔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사업을 집중 발굴해 안정적 성장 기반까지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방위산업이다. 필리핀 정부로부터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는 다목적함은 전시에는 군인과 군사용 장비를 나르는 역할을 하면서 평시에는 재난시 대민 지원을 위해 쓸 수 있도록 설계된 군함이다. 대우인터내셔널측에 따르면 다목적함 계약은 이미 필리핀 국방부는 물론 대통령과 국회 승인까지 떨어진 상태다. 구체적인 가격협상만 마무리되면 이르면 이달 말 최종 사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목적함은 대당 가격에 1억달러에 이르는데다 배에 필수적으로 들어갈 장갑차, 트럭, 구급차, 각종 중장비 등을 묶어서 팔 수 있어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계약이 이뤄질 경우 추가적인 다목적함 수주는 물론 향후 고등훈련기, 수륙양용장갑차 도입 등 필리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군현대화 계획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국책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도 대우인터내셔널이 주목하는 분야다. 회사측은 현재 필리핀 마닐라와 신도시 알라방을 연결하는 통근열차 개보수 사업에 참가해 올 10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 사업은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의 산업발전과 경제안정을 위해 만든 대외협력기금(EDCF)으로 진행되는 사업으로 한진중공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이번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필리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종단 철도 연결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며"우리나라 철도산업의 경쟁력이 이미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고 도로 건설에 비해 부가가치도 높은 만큼 주요 수출 아이템으로 만들어 갈 것"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국내 중소기업과 합작으로 차세대 자동차 배터리 공장을 세웠다. 독일 배터리업체 IQ파워의 차세대 납-황산 배터리 기술을 사들인 후 국내 중소기업과 손잡고'KG파워'를 설립해 직접 생산에 들어 간 것. 물품 중계에서 벗어나 수출 아이템을 직접 생산해 파는 새로운 사업 모델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세철 대우인터내셔널 쿠알라룸푸르 지사장은 "2015년까지 말레이시아 현지 배터리 생산능력을 연산 1,500만개 수준으로 확대해 수출에 나설 계획이다"며 "이렇게 될 경우 지사 매출 규모가 현재의 2배가 넘는 10억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닐라(필리핀)=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