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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나의 힘" 진 팀도 이긴 팀도 TV 앞으로 직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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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나의 힘" 진 팀도 이긴 팀도 TV 앞으로 직행

입력
2010.06.13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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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에서 축구 이야기가 쏟아졌다. 좀처럼 보기 드문 현상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그리스를 상대로 2-0 완승을 거둬,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골 득실차로 누르고, 조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야구 입장에서 보면 월드컵 선전은 자칫 야구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악재'다. 그러나 프로야구 선수들도 월드컵에 대한 관심만은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그리스의 B조 예선 1차전이 열린 12일 오후 원정팀 선수들은 숙소에서, 홈팀 선수들은 집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마음 속으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일부는 외출을 빨리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TV 앞에 앉았다.

13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타격연습을 하던 정근우(SK)는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뽐냈다. "그리스의 실력이 한 수 아래인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한국이 그렇게까지 잘할지는 몰랐어요."

주변의 감탄사에 '탄력'을 받은 정근우는 한국팀의 문제점과 남은 경기 전망도 밝혔다. "후반에 베테랑 김남일을 투입한 시점이 좋았어요. 그러나 2-0이 된 뒤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진 것은 아쉬웠어요. 반드시 보완해야 할 점입니다. 앞으로 만나게 될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는 그리스보다 훨씬 빠르고 강합니다. 그렇지만 한국이 잘할 것으로 믿습니다."

SK 김재현은 12일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자 아내를 불러내 영화를 봤다. 김재현은 "영화 보고 나오는데 곳곳에서 함성이 들리더라. 집사람은 들여보내고 얼른 숙소로 돌아가서 후반전을 봤는데 정말 잘하더라"고 말했다.

KIA의 한 코치는 "야구에서 우리 팀이 LG에 대패해서 코가 쑥 빠졌는데 저녁에 축구대표팀이 완승을 거둬 그나마 기분이 나아졌다. 대표팀이 당초 목표인 16강을 넘어 8강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응원메시지를 전했다.

한대화 한화 감독도 이날 부산 롯데전에서 0-7로 완패, 최근 3연패를 당했지만 경기 후 광안리에서 지인들과 함께 그리스전 승리를 지켜보며 패배의 아픔을 씻어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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