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회장 인선절차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특정후보 내정설' '정부 외압설'이 나도는 등 극심한 혼탁양상을 빚고 있다. 지금대로라면 누가 되든 상당한 후유증을 앓을 수 밖에 없다는 게 금융권의 우려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오는 15일 최종 면접을 통해 차기 회장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면접대상자는 지난주 회추위 투표를 통해 압축된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 이화언 전 대구은행장, 김석동 농협경제연구소 대표 등 4명. 이중 어 위원장과 이 사장이 나란히 최고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 위원장은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과 고려대 총장, 국제금융센터 소장 등을 거치며 오랫동안 학계와 금융계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 사장은 재무관료 출신으로 관료시절 일본 재경관과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 등으로 쌓은 해외 경험과 자산관리공사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회추위 투표 이후 금융권에서는 구체적 정황을 담은 '특정 후보 회장 만들기'시나리오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골자는 회추위 투표를 앞두고 모 후보가 회추위 인사를 만나 "윗선에서 나가라 해서 나가는 것이니 감안해달라"고 말했고, 뒤 이어 회추위 인사와 금융당국이 나서 투표권을 가진 회추위원들에게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고 사실상의 압력을 넣었다는 것. 심지어 특정후보에게는 몇 점을 주고, 다른 특정후보는 몇 점을 주라는 식으로 했다는 등 '점수'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하고 있다. 소문에 등장하는 금융감독당국 고위관계자는 "터무니 없는 소문에 대응하면 오히려 빌미를 줄까 싶어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최종 면접이 다가올수록 유력 후보 간의 이전투구가 심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의중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고 소문이 난 A회추위원도 "전혀 있을 수 없는 시나리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압력을 넣었다는 구체적인 시기와 세부적인 요구내용까지 빠르게 퍼지고 있어, 금융권에선 갈수록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사정당국도 이 부분에 대한 사실확인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은행권은 이 같은 내정설, 외압설이 사실일 경우, 그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보고 있다. 순수 민간회사이자 국내 최대금융사인 KB지주 CEO를 뽑는데 정부입김이 들어간 것 자체가 대외신인도 하락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만약 외압 시나리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다면 이 역시 명백한 흑색비방에 해당하는 것인 만큼, 역시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상태라면 누가되더라도 상처가 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대외신뢰도를 위해서라도 회장선임의 투명성이 입증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소문의 사실여부가 반드시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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