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실 글ㆍ장경혜 그림/낮은산 발행ㆍ104쪽ㆍ8,800원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 때문일까, '미자'라는 이름이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동화 의 주인공 미자씨도 그렇다. 보증금 100만원짜리 셋방에서 혼자 사는 미자씨는 어딘가 모자란 어른이지만, 그가 지닌 순수함은 가슴을 쿵쿵 울린다. "미자씨는 아름다울 미(美)에 사람 자(者)를 써요. 우리 동네의 아름다운 사람이란 뜻이죠. 아름답다는 거, 대단한 게 아니거든요." 작가 유은실(36)씨의 말이다.
책은 세 편의 연작동화를 묶었다. 미자씨가 선물 받은 60개의 사우나용 치약을 여기저기 활용하면서 뿌듯해하는 '미자 씨의 선물 상자', 라면 스프와 순대와 소금으로 끓인 동태찌개로 작은 행복을 말하는 '동태 두 마리', 미자씨의 예쁘고도 슬픈 짝사랑을 그린 '낡아 빠진 여우 목도리'. 근사한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읽고 나면 마음이 뭉클하다. "내 보통이 보통이 안된다고 생각하면… 불행해져"라는 미자씨의 말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을 일러주기 때문이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만국기 소년> <마지막 이벤트> 등으로 주목받아온 작가 유씨가 인간과 사회를 관찰하는 시각은 더 예리해지고, 유머감각은 배로 늘어난 것 같다. 마지막> 만국기> 나의>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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