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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스페인, 제2의 그리스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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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스페인, 제2의 그리스 되는가?

입력
2010.06.1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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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날개 꺾인 성장… 경제에 축구의 정열이 필요해

플라멩코(flamenco)와 투우, 그리고 축구의 나라 스페인. 격렬한 리듬의 플라멩코 춤과 거친 황소와 목숨을 걸고 싸우는 투우사, 붉은 유니폼을 입은 스페인 축구대표팀은 이 나라가 얼마나 정열적인지 잘 보여 준다. 그러나 경제를 들여다보면 스페인 특유의 정열이 식어가고 축구실력과는 반대로 경제위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실업률은 20%에 육박하고 경제성장은 2년 내리 마이너스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11.2%로 그리스(13.6%)와 거의 맞먹는 수준까지 나빠졌다. 얼마 전에는 국가신용등급이 AAA에서 AA로 두 단계 떨어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무엇이 스페인을 이렇게 어렵게 만들었나?

우선 산업이 건설업과 관광과 같은 서비스업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 이들 두 업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이른다. 건설업은 사람을 많이 고용하지만 부가가치가 낮다. 이 때문에 2000년대 들어 스페인은 이탈리아와 함께 생산성이 하락한 나라가 되었다.

금융위기 전 스페인은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네 나라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주택을 지었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건설업이 직격탄을 맞아 신축 주택 69만채가 팔리지 않고 있다. 이 엄청난 물량이 해소되려면 6∼7년은 걸릴 전망이다. 또 세계적 경기침체로 관광객도 급격히 줄었다. 이렇다 할 제조업이 없는 스페인으로서는 성장의 양 날개인 건설업과 관광업 부진을 타개할 마땅한 방도가 없어 보인다. 스페인 경제는 모래 위에 쌓은 성이라는 혹평도 나온다.

저축은행(Cajas) 부실도 스페인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산탄데르와 같은 대형은행은 그나마 선전하고 있으나 부동산대출 비중이 큰 저축은행은 부실채권을 떠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990억유로의 은행구조조정기금을 조성해서 부실화된 저축은행을 처리하려고 했으나 잘 되지 못했다. 저축은행의 지분을 유력 정치인이나 종교단체가 소유하고 있어 매각과정에서 이들의 반발을 잠재우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스페인 중앙은행이 카톨릭 교회 소유의 부실 저축은행인 카하수르를 전격 인수했지만 45개 저축은행의 처리문제는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다.

시장은 크게 늘어난 재정적자를 스페인이 과연 줄일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재정적자 비율을 금년 9.3%, 내년 6.0%로 줄이기로 하고 공무원 급여 5% 삭감, 1만3,000명의 공공부문 인력 감축, 퇴직 공무원의 10%만 신규채용(10% 규정), 연금동결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재정건전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공무원 해고에는 본인의 동의가 필요하고 10% 규정도 건강, 교육, 노령층 보호 분야는 제외되어 실효성이 크지 않다. 또한 지방정부의 비중이 중앙정부의 2배에 달할 정도로 높아 지방정부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스페인의 경제규모는 그리스의 4배이고 대외부채도 2조5,000억달러(2009년 말)로 그리스의 4배에 달한다. 이런 나라가 국가채무 지급불능 사태에 처한다면 그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재정적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가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55.2%에 그쳐 그리스의 112.6%는 물론 유로지역의 권고치 60%보다 낮고 정부 재정통계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도 높은 편이다. 또 최근 합의한 5,000억유로의 유럽금융안정매커니즘이 일종의 안전망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1982년 월드컵을 개최했던 스페인은 매번 우승후보에는 들었지만 지금까지 우승은 물론 준우승 경력도 없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하더라도 우승 후보 브라질이나 포르투갈과 대결할 가능성이 있어 피파 컵을 차지하는 것은 경제회복만큼이나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운동경기와 마찬가지로 경제위기 해결도 스페인 국민 자신들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권성태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구미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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