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0일부터 멕시코만에서 유출된 원유가 당초 예상보다 최소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측정됐다.
10일(현지시간) AP,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정부 소속 과학자들이 측정한 결과, 원유가 흘러나오는 파이프를 절단하고 차단캡을 씌우기 전 유출량이 하루 약 317만~635만ℓ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 조사단이 발표한 기존 추정치(하루 유출량 190만~301만ℓ)의 두 배가 넘는 양이다. NYT는 "8~10일 가량 유출된 양만으로도 미국 역사상 최악이라는 1989년 엑손 발데스 호 사고 기름유출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사고 발생 50일이 넘은 만큼 이미 엑손 발데스 호 때보다 최소 5배 이상의 기름이 유출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총 유출량으로 따질 경우, 지금까지 1억5,900만~3억8,000만ℓ의 원유가 멕시코만 바다를 오염시켰다. 평균으로 치면 대략 2억4,000만ℓ의 기름이 유출된 셈인데 이를 1ℓ짜리 우유 상자에 넣을 경우 길이가 약 8,850여㎞에 이른다. AP는 "일렬로 늘어놓으면 유출지점에서 대서양을 건너 BP본사가 있는 런던에 이르고도 남아 다시 로마까지 닿을 수 있는 거리"라고 설명했다. 유정을 막지 못해 여전히 유출은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오는 16일 칼 헨릭 스반베리 회장 등 BP 임원들을 백악관에 초청, 대책을 논의한다고 백악관이 10일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BP 임원을 만나기는 사고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말이 초청이지 BP측에 강한 분노를 표출해온 오바마 대통령이 책임을 묻기 위해 "소환한 것"이라고 AFP는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이날 시추시설 폭발사고로 희생된 11명의 가족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위로했으며 유출을 막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평범한 중국인 리량정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와중에도 루이지애나주 정치인들은 이번 사고로 오바마 행정부가 연안 석유 시추를 6개월간 중단, 석유 산업이 근간인 이 지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며 연안 석유시추가 계획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BP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강도 높은 비판으로 미ㆍ영 관계마저 흔들렸다. 오바마 대통령의 욕설에 가까운 비난까지 나오면서 BP주식이 반토막 나자 영국 정ㆍ재계에서 양국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인 것. 비록 10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미 정부의 좌절감을 이해한다"며 무마에 나섰지만, 영국 언론들은 총리에게 "국익을 위해 맞서라"고 강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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