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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나로호에 숨은 땀과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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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나로호에 숨은 땀과 눈물

입력
2010.06.1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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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신장이식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그는 병상의 아내 곁을 지킬 수 없었다. 나로호 발사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결국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로 향했다.

나로호 발사대 개발 임무를 맡은 어느 연구원의 얘기다. 나로호 발사가 멋지게 성공하면 소개하려고 적어뒀던 연구원들의 땀과 열정에 관한 에피소드다.

얘기는 더 있다. 발사 전 대구에서 결혼식을 올린 나로호 상단 고체모터 시험설비 구축팀의 연구원 한 명은 신혼여행을 미루고 곧바로 현장에 복귀해야 했고, 또 다른 연구원은 외조부 상을 당해 빈소로 가던 중 갑자기 러시아 협력사가 보낸 화물을 처리하느라 인천국제공항으로 발길을 돌렸다. 상단 로켓 부품 개발팀 연구원 상당수는 수개월 동안 대전과 인천 등지를 오가며 작업하느라 가족들 얼굴 한 번 제대로 볼 수조차 없었다고 한다.

이들에겐 가족 보다 임무를 택해야 했던 상황이 평생 두고두고 마음의 짐으로 남을지 모른다. 이야기를 들으며,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었어야 할 시간에 함께 하지 못했던 마음들이 어땠을까 헤아렸고, 발사가 꼭 성공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나로호 2차 발사는 실패했다. 성공의 세계에선 신화가 엮어지지만, 실패의 세계에선 그간의 피와 땀과 노력도 모두 빛이 바랜다. 병상의 아내를 지키지 못한 연구원이든 누구든 모두 '죄인'이 된다.

인터넷에는 연구원들을 비난하거나 우리 기술을 비하하는 표현이 등장했다. 나로호 기립이 지연되고, 소화장치 오작동으로 발사 운용이 중단됐을 때부터 기분이 나빴다는 소리도 나온다. 발사를 무리하게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만약 기술 외적인 요인이 개입해 발사 실패의 원인이 됐다면 반드시 경위를 밝히고 책임을 가려야 한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추측이나 거친 비난으로 그간의 모든 시간과 노력이 매도되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은 착잡하다. 나로호 폭발 소식이 전해졌을 때 몇몇 연구원들의 눈가엔 소리 없이 눈물이 맺혔다. 매서운 질타 보다는 담담한 격려가 아쉬운 때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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