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의 맨 앞에서 충성 경쟁한 사람들이 지금 정치적 쇼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이 6ㆍ2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당 쇄신방안으로 계파 활동 중지 등을 담은 연판장을 돌린 10일 한 초선 의원은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대놓고 계파모임을 한 사람들이 이제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면 계파가 없어지냐"면서 "초선들 중에 정치꾼들이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결국 그는 이날 연판장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일부 초선 의원들이 계파 청산을 요구고 나선 데 대해 당 일각에선 냉소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세종시 수정 등 주요 현안을 놓고 철저하게 계파의 이해를 따른 인사들이 지방선거에 패배하자 제대로 된 자기 반성 없이 당내 화합을 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들 대다수가 자신의 지역구에서 무리하게 물갈이 공천을 하면서 패배를 자초했는데도 이번 패배가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듯 행동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한나라당 초선 의원은 총 89명으로 다수가 계파에 소속돼 있다. 이들은 2008년 4월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경쟁적으로 그룹을 만들며 스스로 계파 정치에 매몰된 것이 현실이다. 친이계는 '함께 내일로', 친박계는 '여의포럼'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초선 의원들은 세종시 문제를 놓고 충성경쟁을 벌였다. 지난해에는 당론변경 등을 위한 의원총회와 국회 대정부 질문 등에서 경쟁적으로 총대를 메며 사실상 내전을 벌이다시피 했다. 패기 있고 참신하게 일해야 할 초선의원들이 오히려 구태 정치의 틀에 갇혀 국론 분열을 조장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이들은 재보궐 선거 패배 등 당 위기 때마다 쇄신의 목소리를 높이다 결국 소속 계파의 눈치를 보며 슬며시 꼬리를 내린 경우도 적지 않다. 개혁 성향임을 자처하며 이번 쇄신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초선 모임인 '민본21'도 이러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 쇄신 연판장 서명한 초선 의원 중 계파에 소속된 주요 의원
-친이명박계 : 정태근 권택기 김영우 김용태 안형환 등
-친박근혜계 : 구상찬 현기환 김선동 조원진 이진복 등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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