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재단을 넘겨주는 대가로 두산그룹 측으로부터 1,200억원을 장학기금 용도 등으로 받았던 수림재단(이사장 김희수 전 중앙대 이사장) 측이 이 중 1,000억원을 분리해 문화재단을 별도 설립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수림재단 측은 "사업 영역을 문화ㆍ예술 관련 분야로 확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장학사업을 하는 기존 재단엔 불과 200억원 밖에 남지 않는 것이 돼 문화재단설립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0일 "수림재단(옛 수림장학연구재단)이 지난해 하반기 자본금 1,000억원 규모의 수림문화재단을 따로 설립했다"고 밝혔다. 앞서 2008년 6월 중앙대를 인수한 두산그룹 측은 당시 재단 이사장이던 김희수씨가 운영하던 수림재단에 총 1,200억원을 장학기금 등의 명목으로 출연했다.
수림재단 측은 1,000억원 규모의 문화재단설립을 위해 서울시교육청에 낸 기본재산 처분허가 신청서에서 "문화ㆍ예술 사업은 기존의 장학사업과는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 두 영역의 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는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화ㆍ예술 사업을 위해 두산으로부터 받은 1,200억원 중 1,000억원을 분리해 문화재단 기금으로 운용하겠다는 뜻이다.
수림재단 관계자는 "문화재단 설립 뒤 한일문화교류사업과 문화예술인 지원 등의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으며 문화 예술 인재 양성, 문화마을 조성 등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두산그룹 측이 수림재단 측에 건넨 1,200억원 중 83%가 장학기금이 아닌 문화사업 용도로 사용하게 돼 장학사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특히 수림재단은 두산에 중앙대 재단을 넘긴 뒤 재학생 장학금 지급 등 단 한건의 지원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대 관계자는 "학교를 넘기고 1,200억원을 받았던 수림재단이 중앙대생을 위해 사용한 예산은 한푼도 없다"고 말했다.
수림재단 측은 이에 대해 "중앙대 관련 지원을 최대한 고려하고 있지만, 비영리 공익재단은 특정 대학만 지원할 수없게 돼 있다"고 말했다. 두산 출연금을 중앙대 한 곳에만 사용하라는 법은 없다는 의미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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