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 지방선거 참패 이후 여권 내에서 인적 쇄신론이 거세지면서 정운찬 총리가 복잡한 속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리는 우선 민심 수습을 위해 자신과 장관들의 업무 수행 태도를 어떻게 가다듬어야 하는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또 세종시 수정안의 폐기 또는 유보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세종시 수정 추진을 주도해온 자신의 거취를 어떻게 정리할지도 고민거리다.
이런 상황에서 정 총리가 9일 청와대 주례보고가 끝난 뒤 이명박 대통령을 독대해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개편을 건의하려 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다는 점에서 정 총리가 차기 대권도전을 염두에 두고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그러나 실제로 정 총리는 독대하지 않았고, 청와대 개편도 건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총리실도 정 총리의 '국정쇄신 건의설'을 부인했다. 총리실은 10일 일부 언론의 '쇄신 건의설'보도에 대해 "국무총리 의중과 관련된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총리실은 공보실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은 국내외적으로 매우 위중한 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내각과 공직자들이 중심을 잡고 국정 운영에 매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총리 자신도 이날 출근길에 "청와대에 쇄신을 요구할 계획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신문을 안 봐서 모르겠다"고 하는 등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총리실의 핵심 참모는 이날 "정 총리는 이 대통령과 각을 세워 차기 대선주자로 올라서겠다는 야심을 가진 분이 아니며 무책임하게 내각이나 청와대 참모진을 흔들 분도 아니다"고 말했다.
정 총리의 쇄신 건의설이 나온 배경으로 두 가지가 거론된다. 우선 정 총리의 힘을 빌려 청와대 개편을 노리는 외곽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음으로는 지방선거 이후 정 총리 자신의 지위 자체가 다소 불안한 상황에 처했다는 점이다. 정 총리가 지난 4일 이 대통령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여야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를 흔드는 얘기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청와대와 총리실은 "대통령과 총리 사이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일각에서 흘린 '정 총리의 쇄신 건의설' 여파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 총리가 지방선거 이후 민심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총리실 관계자는 "정 총리가 인적 쇄신을 구상할 위치도 아니고 그럴 이유도 없다"며 "민심 수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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