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 왜 났나
나로호는 이륙 후 비행하던 중 1단 로켓이 분리되기 전 폭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이번 실패가 페어링 분리에 실패했던 지난해보다 초보적인 실패이며, 원인은 1단 로켓의 결함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지상을 떠난 나로호는 이륙 후 137.19초에 폭발했다. 2단 로켓의 엔진이 점화되기 전이다. 강범수 부산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나로호가 음속을 돌파할 때 열과 압력을 받아 연료시스템을 비롯한 1단 로켓 기계의 결함이 유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소하는 동안 펌프나 노즐 같은 부품이 닳거나 손상되는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다는 얘기다. 탁민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1단은 발사 후 144초에 최고 출력을 내는데, 바로 이 즈음이 발사체가 구조적으로 가장 취약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연료나 산화제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윤웅섭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추락이나 궤도 이탈이 아닌 폭발 사고는 연료나 산화제가 잘못 유출됐을 때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작 과정이 문제였을지 모른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승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비행 중 폭발은 발사체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됐을 때 일어나기 쉬운 사고"라며 "지난해 8월 1차 발사 때 1단 로켓은 대체로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에 설계보다 제작 과정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9일 발사대 소화장치의 오작동으로 잘못 분출된 소화용액이 발사체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해 보인다. 강 교수는 "소화용액의 영향에 대한 데이터 분석은 충분했던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발사 연기로 비난을 받더라도 하나부터 열까지 시간을 갖고 다시 점검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인 규명, 잔해 수거, 3차 발사 준비로 이뤄질 사고 수습은 첫 단계부터 쉽지 않다. 발사체 폭발로 통신이 중단됐기 때문에 분석에 사용할 이륙 137.19초 이후의 테이터가 없다. 데이터 대신 폭발 후 추락한 발사체 잔해를 통해 원인을 분석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잔해를 러시아가 수거하게 돼 있는 데다 발사체가 상공에서 폭발했기 때문에 대부분 추락하면서 불탔을 가능성이 크다.
나로우주센터(고흥)=김혜영기자 shi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