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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평가와 소통, 두 마리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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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평가와 소통, 두 마리 토끼

입력
2010.06.1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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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되어서야 눈부시게 화창한 날씨는 학기말고사를 코 앞에 둔 학생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주변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몇 주전부터 늦은 밤까지 도서관에 남아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밝은 미래를 보여준다. 그런데 한 학기 동안 최선을 다해 학업에 전념해 온 학생조차도 평가를 앞두면 불안하다. 그 불안감은 평가의 내용과 방법이 일방적이고 불투명할 때 더욱 그러하다.

상대의 입장에서 공감대 파악

평가를 당하는 사람의 불안을 줄이는 방법은 바로 평가하는 사람과의 열린 소통이다. 필자가 담당하는 한 교과목에서 부담을 느낀 학생들이 강의계획서에 명시된 평가 방법에 이의를 제기했고, 함께 생각을 나누었다. 그 결과, 학생들이 출제한 문제들을 합의한 기준에 따라 엄선해 중간고사에 반영했다. 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향상된 결과를 보였고 기말고사에 대한 자신감마저 나타냈다. 이들은 스스로 문제를 출제하면서 수업내용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었고, 평가하는 교수의 고충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 5명은 최근 삼전종합사회복지관이 주최하는 전국 사회복지 프로그램 개발 공모전에 도전하여 105개 팀 가운데 최우상을 받았다. 이들의 역량은 열린 소통과 생각의 나눔을 통해 나날이 강화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를 통해 교과목의 평가는 수업의 목표가 달성된 정도를 측정하여 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며, 평가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학생들과의 소통 개방성이 높을수록 평가의 객관성이 높아지고 교과목의 효과성과 책임성이 높아짐을 알 수 있다.

이 원칙은 지역아동센터의 평가에도 적용돼야 한다. 1960년대 민간단체가 도시빈곤지역 아동을 보호하고 교육하기 위해 문을 연 공부방이 IMF 이후 급증한 실직가정 아동의 위기에 개입하면서 전국에 확대되고, 2003년 지역아동센터라는 이름으로 아동복지법에 규정되면서 운영비 일부를 지원 받게 되었다. 따라서 센터의 평가는 법에 규정된 사업목표가 달성된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여 정부 지원을 결정하는 근거로 사용된다. 그런데 평가는 결국 아동 최선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무엇보다도 정부와 센터 간 긴밀한 소통과 상호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더구나 실무자의 월 평균 급여가 90만원 이하이며 이용 아동의 80%가 빈곤가정 아동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지역아동센터 실무자들은 2009년 지표의 타당도와 결과의 신뢰도에 이의를 제기하며, 2010년 평가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가 2009년 3000여 개의 센터에 대한 평가를 처음 시작하면서 촉박한 일정으로 평가지표에 대한 당사자의 목소리를 사전에 반영하는 소통의 절차가 축소되고 평가위원의 객관성도 미흡한 채 상대평가를 감행했고,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이나 권리구제의 기회 없이 하위 5%에 해당하는 센터의 지원금을 삭감하거나 중단하는 조치를 지방정부에 지시했다.

아동의 욕구·특성에 맞춘 복지

그 결과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센터 당 평균 빈곤가정 아동 30명이 방과후 모여 공부하고 저녁도 먹으며 부모의 귀가 전까지 매일 9시간 이상 주 6일 보호를 받았던 곳에는 이제 책상과 의자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그 아이들은 어디로 갔는가? 늦은 밤까지 이 곳 저 곳에 흩어져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제2, 제3의 '조두순 사건'이 우려된다.

정부는 제한된 예산의 범위 안에서 이미 편성된 평가 일정에 따라 객관적 근거와 소신으로 이 고통을 감내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정부는 오히려 이제부터라도 컨설팅을 통해 아동의 욕구와 빈곤지역의 특성에 맞춘 센터의 사업목표를 합의하고 이에 적합한 재정을 지원한 후, 사업목표의 달성여부를 객관적으로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

이혜원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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