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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역도산의 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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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역도산의 사위

입력
2010.06.10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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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프로레슬러 역도산은 1924년 함경남도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김신락. 열다섯 살에 조선씨름대회에서 우승한 뒤 일본에 건너가 일본씨름, 스모에 입문했으나 조선인이라서 스모의 최고 자리인 요코즈나에 오를 수 없게 되자 프로레슬링으로 전향했다. 강인한 체력과 태권도를 특기로 세계의 강적들을 차례로 꺾고 1958년 헤비급 세계 챔피언에 등극한다. 이후 19차례나 챔피언을 방어하면서 '천황 다음 가는'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1963년 도쿄의 한 캬바레에서 일본 청년의 칼에 찔려 아깝게 생을 마감했다.

■ 그의 죽음은 1960~70년대 소년기를 보낸 세대에겐 두고두고 안타까운 얘기 거리가 됐다. 엊그제 북한 내각 체육상으로 임명된 박명철(69)이 역도산의 사위라서 새삼스럽게 그의 전설을 떠올렸다. 역도산은 생전에 네 번 결혼하고 세 번 이혼했는데, 이혼한 북한 출신 아내에게서 얻은 딸의 남편이 박명철이라고 한다. 그는 김정일의 매제로 이번에 국방위 부위원장에 임명된 장성택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졌다. 장성택은 2003년 측근들을 이끌고 박명철의 딸 호화결혼식에 참석한 것이 파당을 조성했다는 이유로 실각했다가 2007년에야 복귀했다.

■ 함께 좌천됐던 박명철은 지난해 장성택이 국방위원으로 임명될 때 국방위 참사로 공직에 복귀했다. 그의 여동생 박명선은 지난해 내각 부총리에 올랐고, 또 다른 여동생은 장성택의 아내 김경희가 부장인 노동당 경공업부의 부부장직에 있어 역도산 가족의 출세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박명선은 이번 내각개편에서 부총리직에서 해임됐다. 이들 3남매의 아버지 박정호는 김일성과 가까운 관계였는데, 1959년 간첩으로 남파됐다가 붙잡혀 사형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사연으로 김일성 김정일 부자가 이들 남매를 각별히 챙겼다고 한다.

■ 역도선수 출신인 박명철은 북한 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체육상 급인 조선체육지도위원장을 지낸 북한 체육계의 거물이기도 하다. 그는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에 북한 선수단장으로 참가했고, 그의 넷째 딸 박혜정은 여자 역도 감독으로 출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를 앞두고 체육 강국의 위상 확립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 2인자로 부상한 장성택의 핵심 측근인 박명철을 체육상에 앉힌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역도산의 사위가 북한의 체육 발전에 어떤 역사를 써갈지 궁금하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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