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사연기 안팎… 향후는
'하늘 문'을 열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2차 발사가 9일 예정시각 3시간여를 앞두고 뜻밖의 소화장치 오작동으로 중단되자 나로우주센터 곳곳에선 깊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사고가 발사체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며 "한ㆍ러 비행시험위원회를 열어 재발사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정의 순항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10일 이후 날씨도 걱정이다.
발사체엔 영향 없는 듯
나로호 발사 준비과정에서 이상이 생긴 곳은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있는 소화장치다. 이는 발사체나 주변에 화염이 생기거나 화재가 발생했을 때 끄기 위한 설비로 발사체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발사대 소화장치는 일반적인 소방시설과 다르다. 발사체와 관련한 유류 화재가 생기면 보통 화재 때와 불을 끌 수 있는 온도나 압력 조건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발사대 소화장치는 불이 나면 전기로 펌프를 가동시켜 노즐을 통해 압력을 가해 화학용제와 혼합된 소화용액을 분무기처럼 뿜어내는 방식이다. 발사대 주변엔 노즐이 3개가 있다. 이날 소화장치 오작동 때문에 3개 노즐에서 모두 소화용액과 화학용제가 분출됐다.
편경범 교과부 대변인은 "한국과 러시아 전문가들이 육안으로 점검한 결과 소화용액이 발사체를 향해 분출된 게 아니기 때문에 발사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우선 판단했다"며 "혹시 있을지 모를 기술적 영향을 계속해서 면밀히 점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발사대 소화장치는 정상적인 발사 상황에선 작동하지 않는다. 화재와 같은 비상상황에서만 작동시킨다는 얘기다. 결국 불이 나지 않았는데도 소화장치가 자체적으로 화재 발생 상황으로 착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윤웅섭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해결이 오래 걸리지 않을 아주 미미한 문제"라며 "발사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전 재발사 어려울 수도
교과부와 항우연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 관련 국가들에 통보한 발사예비일은 오는 19일까지다. 이 안에 2차 발사를 다시 시도할 수 있다. 발사대 소화장치 오작동의 원인을 밝히고 해결한 다음 재발 방치책까지 9일 안으로 마련되면 당장 10일이라도 발사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발사는 다음주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 해결에 걸리는 시간은 소화용액이 나로호 기체나 부품에 영향을 얼마나 미쳤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윤웅섭 교수는 "소화용액은 금방 닦아낼 수 있지만 만약 다른 설비에 영향을 줬다면 이를 일일이 확인하고 다시 점검해야 하기 때문에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날씨가 걱정이다. 기상청은 앞으로 고흥군 일대에 1주일 이상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가 해결돼도 기상상황이 발사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소리다. 이주진 원장도 "한ㆍ러 비행시험위원회에서 원인을 규명해 보완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문제 해결 시간과 기상상황 등을 고려해 재발사 일정을 결정할 계획"이라며 기상 변수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발사 중단 전까지 나로우주센터는 날씨를 비롯한 모든 상황이 발사에 적합해 성공을 크게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오전 9시 한국과 러시아 전문가가 참여한 한·러 비행시험위원회가 8일 이뤄진 최종 리허설(모의연습) 결과를 검토한 결과 예정대로 발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10시30분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 주재로 열린 나로호 관리위원회는 기상 상태와 우주물체와의 충돌 가능성 등을 고려해 발사 시각을 오후 5시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나로우주센터에서는 발사 운용 절차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낮 12시28분 나로호 상단에 질소가스 충전이 시작됐고, 오후 1시3분 드디어 나로호는 1단 로켓에 산화제를 공급하는 시스템을 냉각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2시5분 "소방설비 문제로 발사 진행이 중단됐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예상치 못한 문제로 발사가 연기되자 나로우주센터 연구원들은 당혹스럽고 허탈해했다. 발사 성공을 기대하던 분위기는 아쉬움과 실망으로 바뀌며 찬물을 끼얹은 듯 가라앉았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