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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물에서 어떻게 황복이 살겠어요" 임진강 6월까지 제철 불구 올핸 구경도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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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물에서 어떻게 황복이 살겠어요" 임진강 6월까지 제철 불구 올핸 구경도 힘들어

입력
2010.06.0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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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다가는 황복은커녕 아예 어업을 접어야 할 판입니다."

8일 오후 4시께 임진강 중류인 경기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 북진교(구 리비교) 부근. 강가에 세워 놓은 자신의 배 옆에서 김종태(62)씨는 애꿎은 담배만 뻑뻑 피워 댔다. 이 근처는 하류와 달리 바닥이 모래여서 임진강에서 황복이 가장 잘 잡혔던 곳이다. 하지만 이것은 옛말이 돼 버렸다.

황복은 산란기인 봄에만 강을 거슬러 올라오며 4월 20일부터 6월 중순까지가 제철이다. 물살이 빠른 임진강의 황복은 전국에서도 최고로 쳐 준다. 하지만 김씨는 올해 일찌감치 황복 잡이를 접었다. 몇 년 전만 해도 300마리는 거뜬히 건졌는데 올해는 손바닥만한 황복 4마리를 구경한 게 전부다. 김씨는 "강물을 한번 봐라. 35년간 황복을 잡았지만 이런 물에서 고기들이 어떻게 살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김씨가 가리킨 임진강물은 옅은 갈색을 띠었고, 얕은 곳에서도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연 상태였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임진강에서 잡힌 황복은 약 6.5톤. 멸종위기라 환경부가 특정보호어종으로 지정했어도 2008년에는 약 10톤이나 올라왔다. 황복 한 마리 무게가 600~700g인 것을 감안하면 톤당 보통 1,500마리다. 조업하는 황복 어선이 40척이라 작년 척당 평균 어획량은 230여마리 정도다. 어민들은 올 어획량이 작년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어획량이 줄어드는 건 비단 황복만이 아니다. 문호곤 시어촌계장은 "올해 잡은 실뱀장어가 2.2㎏에 불과하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70배 이상 많은 160㎏을 잡았다. 실뱀장어가 없으면 장어 양식 자체가 불가능하다. 문 계장은 "이런 상황이면 내년에는 선원 구하기도 힘들 것 같다"며 "만약 경기도와 시가 치어 방류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벌써 오래 전에 씨가 말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5월 중순 임진강 어민 이모(55)씨는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씨는 10대 때부터 황복을 잡은 베테랑이다. 주위에서는 "올해 황복을 한 마리도 잡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어민들은 임진강 생태계를 바꾼 주범으로 군남댐을 지목했다. 황복은 다슬기를 먹고 다슬기는 물풀로 살아가는데 군남댐이 생기며 물풀이 사라지고, 다슬기도 전멸했다는 것이다. 문 계장은 "강물이 시멘트를 쓸며 내려오고, 수량마저 줄어 만조 때 밀고 올라오는 속도가 마치 장마철 강물 유속만큼 빠르다"며 "2014년 이후 한탄강댐까지 완공되면 임진강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남댐을 건설하는 한국수자원공사는 "댐 건설로 인한 어업 피해 영향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며 "결과가 나오면 어민들에게 보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주=글ㆍ사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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