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월드컵 한국전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너나할것없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새벽녘까지 맥주잔을 기울이면서 목이 터져라 응원한다. 그러다 보니 월드컵이 끝난 뒤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특히 목소리가 제대로 안 나와 병원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떻게 하면 월드컵 열기를 만끽하며 목도 보호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대~한민국" 크게 외치다 평생 목 쉴 수도
목소리는 목 양쪽에 있는 성대가 진동하면서 만들어진다. 성대는 일반적인 대화를 할 때에는 150~250번 정도 진동하지만, 고함을 지르거나 큰소리치면 최고 2,000회까지 고속으로 진동한다. 이렇게 성대의 진동 수와 부딪힘이 커질수록 각종 성대 질환이 생길 우려가 높아진다. 성대 진동 수가 많아지면 점막에 궤양이나 성대결절(굳은살)이 생길 수 있다.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면 성대 안쪽의 모세혈관이 터지거나 성대에 폴립(물혹)이 생길 수 있다.
성대결절은 지속적으로 장기간 성대를 사용할 때 주로 나타나지만 성대폴립은 단 한번 목청을 높여도 생길 수 있다. 성대에 결절이나 폴립이 생기면 성대가 정상적으로 부드럽게 진동하지 못해 거칠고 쉰 목소리가 나고 고음을 발성하기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조금만 말을 해도 목이 잠기는 등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워진다.
백정환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성대결절은 약물이나 음성 치료만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성대폴립은 반드시 수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냥 두면 혹이 점점 커져서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따라서 2주 이상 목소리가 쉬거나 변했다면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어린이는 각별히 조심하도록 해야 한다. 어린이 성대는 어른보다 여리므로 폴립이나 결절이 생길 위험도 더 크다. 게다가 어린 시절 성대 결절이 생기면 성대에 홈이 파여 어른이 된 뒤에도 거칠고 쉰 목소리가 나는 성대구증이 생길 수 있다. 성대구증은 수술해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 난치성 질환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목에는 물이 보약
그렇지만 성대 지키자고 과묵하게 무게 잡고 앉아 월드컵 TV중계를 시청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물이다. 물을 충분히 마시면 성대가 촉촉하게 유지돼 과도한 진동에도 무리가 가지 않는다.
TV중계를 보기 전에 성대 긴장을 푸는 준비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입 안에 공기를 잔뜩 머금은 뒤 입천장은 올리고 혀는 내린 다음, 입술을 오므린 상태에서 공기를 불어내며 가볍게 "우" 소리를 내면 된다. 소리를 낼 때에는 입술과 볼을 반드시 이용해야 한다. 목청을 높이기 전 10분과 높인 후 5분 정도 이 동작을 반복하면 성대가 가볍게 진동하면서 마사지가 되므로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 밖에 목청을 쓰기 전 5~10분 정도 가벼운 허밍을 하거나 가성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성대 손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응원이 끝난 후에는 후두 근육을 풀어주는 마사지를 하는 것이 좋다. 목 울대뼈 주변의 살짝 들어간 부분에 손을 대고 둥글게 굴리듯이, 약간 아프다 싶을 정도의 강도로 마사지하면 된다.
목 터져라 응원보다 술이 더 문제
월드컵 응원 때 바늘에 실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바로 술이다. 술은 식도로 들어가는 즉시 성대 점막을 마르게 한다. 이 상태에서 소리를 지르면 엔진오일이 없는 상태에서 엔진을 가동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야식의 단골 메뉴인 기름진 음식도 성대에 좋지 않다. 이런 음식을 먹으면 다음날 위산이 역류하면서 역류성 인후두염이 생겨 목 안에 이물감이 느껴지고 쉰 목소리, 기침 등이 생길 수 있다. 이 상태에서 더 진행되면 코골이나 잦은 사래, 천식, 기관지염 등 호흡기 문제가 생기고 목소리가 완전히 변할 수도 있다. 굳이 술을 마시면서 응원하려면 중간중간 물을 마셔 성대가 마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목에 청량감을 준다고 목캔디나 청량음료 등을 마시는데, 이는 오히려 성대점막을 더 마르게 하므로 좋지 않다.
김형태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원장은 "목소리가 쉬었을 때에는 가급적이면 대화를 삼가고 따뜻한 물을 수시로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응원을 하고 나서 목소리가 쉬거나 잠기는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성대에 심각한 이상이 생겼을 수 있으므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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