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치안만큼이나 남아공 월드컵을 찾는 이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에이즈(AIDS). 남아공은 에이즈 바이러스(HIV) 보균자가 전체 인구 4,900만 명 중 10%를 넘는 570만 명에 달하고, 매년 에이즈로 죽어가는 사람 수가 35만 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에이즈 감염국이다. 월드컵 기간 중 관광객 35만 명, 성매매 여성 4만 명 등 대규모의 외국인들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이 나라에선 대회 개막에 앞서 에이즈 확산을 막으려는 성전(性戰)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남아공 정부는 월드컵 기간 중 관광객 등을 상대로 콘돔을 무상 배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남아공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콘돔 배포량은 무려 1억 개. 이 막대한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 제이콥 주마 대통령이 지난 3월 영국을 방문해 직접 콘돔 지원을 요청, 4,200만 개를 받아내는 등 ‘정상 외교’까지 펼치고 있다. 남아공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콘돔 사용의 중요성을 널리 알려 열악한 국가 보건 환경을 개선한다는 복안이지만, 축구로 들뜬 사람들에게 되레 섹스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장 전광판을 통해 에이즈 예방법을 홍보하고 콘돔 광고 방송을 내보낼 방침이다. 또 경기장 주변에 설치될 ‘팬 서비스 구역’에서 콘돔을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하지만 에이즈 퇴치 운동 단체들은 “경기 당일 구장에서 관중에게 콘돔을 나눠주려는 우리들의 계획을 FIFA가 허가하지 않는다”며 FIFA를 성토하고 있다.
각국 대표팀은 자체적으로 선수 단속에 나섰다.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감독은 월드컵 기간 중 선수들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을 금지하고 부인, 애인과의 만남도 제한했다. 브라질은 인터넷 접속은 막지 않지만 성생활은 금지하고 있다. 멕시코 선수단엔 가톨릭 사제가 함께 하고 있다. 선수들의 금욕과 정신적 안정을 돕기 위해서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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