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4 대 갤럭시S.'
스마트폰 시장의 맞수 애플과 삼성전자가 역량을 모두 쏟아부은 전략 스마트폰을 앞세워 제대로 붙었다. 공교롭게 발표 날짜가 같다. 언뜻 보면 헷갈릴 만큼 모양도 닮았다. 세계 휴대폰 시장 장악이라는 목표도 같다. 워낙 막강한 제품들이어서 과연 어느 업체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제패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애플과 삼성전자는 8일 각 사가 준비한 전략 스마트폰 '아이폰4'(애플)와 '갤럭시S'(삼성전자)를 공개했다.
애플은 이날 새벽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전세계에 스마트폰 돌풍을 일으킨 아이폰의 후속 제품 '아이폰4'를 전격 발표했다. 그로부터 6시간 뒤 삼성전자도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신종균 무선사업부장(사장), 하성민 SK텔레콤 국내이통부문(MNO) 사장,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갤럭시S를 공개했다.
양 사의 기술과 철학이 녹아든 대표 제품인 만큼 최고경영자(CEO)들의 자부심부터 대단했다. 애플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는 검은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연단에 올라 "아이폰4를 한 번 사용해 보면 다른 휴대폰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인 신종균 사장도 갤럭시S를 "삼성의 휴대폰 제조 20년 역사가 녹아든 슈퍼 스마트폰"이라고 자신했다.
디자인·SW·기능 다 바뀐 아이폰4
우선 아이폰4는 안팎이 모두 바뀌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얇은 두께의 디자인이다. 기존 아이폰3GS의 불룩했던 뒷면을 평평하게 바꾸고 두께를 불과 9.3㎜(3GS는 12.3㎜)로 줄여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이 됐다. 그만큼 무게도 기존 140g에서 137g으로 약간 줄었다. 여기에 앞뒤로 플라스틱보다 30배 강한 강화유리를 붙이고 안테나를 내장한 금속 테두리를 둘러 고급스럽게 디자인했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짧은 배터리 사용 시간도 음성 통화를 기준으로 했을 때 5시간에서 7시간으로 40% 향상됐다.
화질도 대폭 개선됐다. 사람의 눈이 알아볼 수 있는 1인치당 300화소보다 높은 326화소를 표시할 수 있는 3.5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도입했다. 잡스는 마치 삼성전자가 갤럭시S에 슈퍼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화면을 채택한 것을 겨냥한 것처럼 "레티나는 OLED보다 더 나은 화면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기능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고정형 무선인터넷(와이파이)을 통해 아이폰4 이용자끼리 영상통화를 무료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애플은 휴대폰 앞뒤로 카메라를 달았다. 카메라 해상도도 기존 300만화소에서 500만화소로 높였고, 기존에 불가능했던 줌과 고화질(HD) 동영상 촬영 기능도 추가했다. HD 촬영 기능을 갖춘 것은 아이폰이 소형 캠코더 영역까지 넘보겠다는 의미.
지축을 기준으로 기울기와 운동방향을 인식하는 자이로스코프 기능도 새로 추가됐다. 따라서 아이폰을 기울여 작동하는 다양한 게임과 응용 소프트웨어가 등장할 전망이다.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iOS 4.0'으로 명명된 새로운 운용체계(OS)다. iOS 4.0은 컴퓨터(PC)처럼 한 화면에 여러 개의 프로그램을 띄워놓고 작업하는 멀티태스킹을 지원하며 각종 응용 소프트웨어에 광고를 붙일 수 있는 아이애드를 지원한다. 또 아이패드에서 첫 선을 보인 전자책 '아이북스'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iOS 4.0은 기존 아이폰 이용자의 경우 다음달 21일부터 무료로 전송받아 설치할 수 있다.
애플은 아이폰4를 24일부터 우선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에서 판매한다. 한국은 다음달에 KT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애플은 올해 88개국에서 아이폰4를 판매할 계획이다. 가격은 미국의 경우 16기가(GB) 제품이 199달러, 32기가 제품이 299달러이며 국내 가격은 미정이다.
삼성 20년 노하우 결집된 갤럭시S
이에 맞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는 초고화질, 초고속, 초슬림으로 대표되는 슈퍼 기능으로 무장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2.1 OS를 장착한 이 제품은 우선 슈퍼 AMOLED 화면을 채택해 동영상, 영상통화, 게임 등에서 선명한 화질을 제공한다. 신 사장은 "정전식 터치 화면은 쉽고 부드러운 조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가볍고 들고 다니기 편하도록 두께를 9.9㎜로 줄였다. 여기에 각종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빨리 실행할 수 있도록 삼성이 직접 개발한 1㎓ 초고속 프로세서를 장착했다. 애플도 아이폰4에 자체 개발한 A4 프로세서를 장착해 양 사는 스마트폰을 통한 반도체 싸움까지 벌이게 됐다. 와이파이는 이론상 초당 100~300메가(MB)의 자료를 전송할 수 있는 802.11n 방식을 지원한다.
전체적인 사양은 갤럭시S와 아鉗?가 비슷해 보이지만 갤럭시S만 갖고 있는 기능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동 중에 TV를 시청할 수 있는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기능이다. 또 국내 휴대폰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천지인 자판도 갖췄다. 특히 화면이 4인치여서 아이폰보다 넓다. 넓은 화면은 그만큼 자판 입력이 편해 오타가 적고 입력 속도도 빠르다.
더불어 삼성전자의 '삼성 앱스', SK텔레콤의 'T스토어',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 등 다양한 온라인 장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애플의 앱스토어에 올라온 응용 소프트웨어가 22만개 이상인 반면 안드로이드마켓은 국내에서 이용 가능한 응용 소프트웨어가 4만개에 불과해 열세다. 이에 대해 신 사장은 "숫자는 경쟁사보다 부족하지만 질적으로 훨씬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이달 중 SK텔레콤을 통해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가격은 미정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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