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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선거 세대별 투표성향 어떻게 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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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선거 세대별 투표성향 어떻게 달랐나

입력
2010.06.0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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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대 野, 50·60대 與 쏠림… 2002년 대선 '판박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20ㆍ30대 젊은 층과 50대 이상 고령층의 투표 성향이 확연하게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두 세대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40대가 야당 지지 성향으로 기운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3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최대 승부처인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선거에서 20ㆍ30대의 경우 56.7~70.5%가 야권 단일후보를 지지했다. 반면 50대 이상 고령층 가운데 57.6~80.7%는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다. 세대간 표심 괴리가 엄청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이른바 '낀 세대'인 40대 가운데는 37.4~46.1%가 한나라당 후보를, 53.9~60.7%는 야권 후보를 지지했다.

득표율 0.6% 포인트 차이로 피 말리는 접전이 벌어진 서울시장선거를 들여다보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20대 56.7%와 30대 64.2%가 민주당 한명숙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등 젊은 세대는 완전히 야당으로 기울었다.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에 비해 각각 22.7%포인트와 36.4%포인트 높은 수치였다. 반면 오 후보는 50대에서 18.8%포인트, 60세 이상에는 무려 45.8%포인트 차이로 한 후보를 따돌리면서 어렵게 승리를 거뒀다.

경기지사와 인천시장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경기도에서는 30대의 경우 68.3%가 야4당 경기지사 단일후보였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에게 몰표를 던져줬다. 20대 중에서도 65.3%가 유 후보를 지지했다. 반면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는 20대와 30대에서 각각 34.7%, 31.7%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김 후보는 50대에서 66.5%, 60세 이상에서 80.7%의 몰표를 얻으면서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인천에서도 30대의 경우는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에게 26.1%의 표를 준 반면 민주당 송영길 후보에게는 70.5%의 표를 몰아 줬다.

이러한 투표성향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2007년 대통령 선거와는 완전히 다르다. 반면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2002년 대선과는 거의 '판박이'에 가깝다. 세대간 투표 성향 괴리 현상이 2007년 대선 등에서 엷어졌다가 다시 2002년 상황으로 유턴한 것이다.

2007년 대선이 치러진 2년6개월 전만 해도 호남권과 제주 등을 제외한 12개 지역에서 대부분의 연령층이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번에 텃밭인 대구, 경북, 울산 등 3곳을 제외한 나머지 13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20ㆍ30대의 표심을 얻는 데 실패함으로써 참패했다.

이는 젊은 세대가 정권 견제ㆍ심판론을 주도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총 유권자의 39.3%를 차지하는 20ㆍ30대는 투표율이 그 동안 낮아 영향력이 평가절하돼 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젊은 층의 투표율이 다소 높아진데다 이들이 특정 현안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나오면서 정치권은 이들의 표심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고성호기자

■ 젊은 표심 다른 이유는, 트위터등 정보습득채널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20ㆍ30대 젊은층의 표심이 50대 이상과 크게 다르게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20ㆍ30대의 정보 습득 채널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의 경우 140자 단문메시지 서비스인 트위터를 통한 젊은층 투표 독려가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물론 이런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2002년 대선 때도 인터넷 토론방과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위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정보화 진전이 이뤄질수록 신문, 방송 등 올드미디어의 영향력이 갈수록 낮아지는 것은 분명한 추세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는 "고연령층이 영향을 많이 받는 종이신문의 논조는 젊은층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광우병 파동 때처럼 이번에도 진보적 성향이 강한 인터넷 문화가 젊은층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탈냉전 시대에 학교를 다닌 20∙30대가 천안함 사태로 촉발된 '안보 대치 상황'에 상당한 거부감을 가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의 포용정책으로 평화 이슈에 더 익숙해진 이들에게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 전쟁터에 나가야 한다'는 야권의 논리는 상당한 설득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의 경우 젊은층과 전쟁을 겪은 60대 이상의 반응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정치학)는 "세대 균열이 나타났던 2002년 대선과 이번 지방선거의 공통점은 북한 문제가 이슈가 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안보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발 심리나 안보이슈에 대한 젊은층의 무감각이 더 큰 원인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윤석 서울시립대 교수(사회학)는 "젊은 사람은 자신의 생활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안보 문제에는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다"며 "선거전에 북한을 끌어들이는 것을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탈권위 문화에 익숙한 20ㆍ30대가 민주, 자유, 자율 등의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에 이 같은 가치를 제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은 민주화가 시작된 1987년 이후 초ㆍ중ㆍ고교를 다니면서 민주적 가치를 내면화한 세대이다. 이들의 눈에 미네르바 사건, 선거관리위원회의 트위터 규제 논란 등은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으로 비쳤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 사회를 봤던 연예인 김제동씨가 갑자기 방송에서 중도하차한 것이 젊은이들 가슴에 불을 질렀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빵이냐, 말이냐'는 지나간 시대의 이분법에 젊은 세대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 여야, 젊은 표심 잡기 고심/ "취업난·보육문제 등 맞춤전략 짜라"

정치권이 6ㆍ2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20, 30대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20, 30대 유권자들이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이들의 지지 회복을, 민주당은 지지 유지를 위한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20, 30대 표심이 떠난 이유로 취업난을 꼽은 뒤 맞춤형 정책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전여옥 의원은 "취업난 등으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 20대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이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일자리 정책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20, 30대가 갖고 있는 '보수' '정체' 등 한나라당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작업도 병행할 작정이다. 전 의원은 "당원 자녀를 비롯한 젊은 층과의 교류 확대, 매니페스토 행사 등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당 청년위원장인 강용석 의원은 "젊은 층은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후보와 정당을 따라 움직인다"며 "대학등록금과 취업(20대), 보육(30대) 등 세대별 특화 정책으로 지지를 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젊은 층들이 스스로 한 표의 가치를 절감한 계기로 평가했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전병헌 의원은 "20, 30대가 관심을 보인 4대강 반대와 평화 유지 등의 이슈에서 보다 선명한 입장을 제시할 것"이라며 "특히 이들의 관심사인 취업, 대학등록금 등 생활정치와 관련한 정책을 꾸준히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지방권력 교체로 무상급식 등이 실현되면 '나의 한 표로 생활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보다 설득력 있게 전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 여당의 독주·소통부재, 탈권위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 반감

6·2 지방선거 투표 행태의 가장 큰 특징은 '세대 정치'다. 전통적으로 투표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로는 지역, 계층, 세대, 이념 등이 있다. 선거 때마다 이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지역'이 표심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세대' 요인이 강하게 부각됐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20, 30대가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고 50대 이상은 주로 한나라당을 지지했다. 이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세대 정치가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을 거치면서 많이 약화됐다. 실제로 지난 대선에서는 젊은 세대들이 이명박 후보를 많이 찍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다시 세대 균열이 나타났다. 이는 상대적으로 약화된 지역주의와 대비되는 현상이다.

세대간 표심이 다른 이유는 우선 정부여당의 독주와 소통 부재에 기인한다. 여권의 이같은 행태는 탈권위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의 반감을 불러 일으켰고 결국 이것이 표심으로 연결됐다. 젊은이들이 뉴스를 접하는 매체가 기성세대와 상당히 다르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또 천안함 사태 이후의 이른바 '북풍'(北風)이 젊은이들에게는 '역풍'이 됐다는 분석도 많다.

정치권이 앞으로 젊은 세대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는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젊은 세대의 새로운 정보 습득 매체인 인터넷, 트위터 등 뉴미디어와 기존의 신문, 방송 매체를 아우르는 소통 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세대 간 격차가 없는 나라는 없지만 세대가 정치적으로 너무 갈라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외교안보 문제에서는 기성 세대와 다른 생각을 하는 젊은이들을 상대로 정책 설명을 충분히 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세대 균열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놓이지 않게 될 것이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일보 지방선거 보도 자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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