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실과 실용주의로 '엣지 있는 특성화 대학' 육성할 것"
성신여대의 트레이드 마크는 '내실(內實)'과 '실용주의'다. 겉으로 드러나는 요란한 개혁 보다는 핵심 가치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을 다른 대학 경영자들은 '작은 거인'으로 부른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강한 추진력으로 교수와 직원들을 이끄는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학의 미셸 리'라고 하는 총장들도 있다. 미국 워싱턴DC 교육감인 미셸 리 처럼 교육력 강화에 매달리면서 성과를 내는 게 범상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심 총장은 최근 이탈리아 정부가 주는 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국내 대학 총장으론 1호다. 이탈리아 주요 대학 및 기관들과 국제교류를 하거나,'서울&로마&서울' 전시회, '이탈리아 오페라 여행'음악회 등의 행사를 유치해 한국인들에게 이탈리아 전도사 역할을 한 공로다.
의류학을 전공한 학자이기도 한 그는 "문화와 대학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고 했다. 문화가 갖고 있는 창조성과 유연함이야말로 대학 발전의 든든한 밑천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_성신여대 개혁에도 문화의 속성을 원용했다고 봐야 하나요.
"그런 측면이 있어요. 성신여대는 철저히 수요자인 학생 중심의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교육과정 개편 역시 미래가 사회에 요구하는게 무엇인지를 충족시키려는 방향에서 추진하고 있어요."
_개혁의 어떤 부분이 다른 대학과 차별화돼 있나요.
"몇가지 사례를 들어볼게요. 우선 미래의 중요분야로 손꼽히는 문화와 건강복지 분야에서 차별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했어요. 국립간호대학을 인수했고 글로벌 의과학과를 신설했어요. 생명과학화학부를 조정하거나 융합디자인 전공을 신설한 부분도 같은 맥락입니다."
_커리큘럼 개편은 어떤가요.
"전공은 크게 손을 대지 않았어요. 대신 성신인의 차별적인 매력을 확인하는게 중요하다고 보고 교양교육과정을 재편했어요. 교양교육원을 새로 만들었고, 글로벌화에 대비해 영어인증제를 실시하고 있어요. 교양교육원은 우리 사회에서 역할이 점점 커지는 여대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관이라고 판단해요."
_교육과정만 혁신이 이뤄지면 대학이 발전할까요.
"그렇다고 보진 않습니다. 교육과정의 혁신 못지 않게 원동력도 필요합니다. 교수들의 1차 임무인 연구와 강의(교육)를 일단 혁신해야 해요. 행정지원체계를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에요."
심 총장은 교수와 직원들이 경쟁력을 갖춰야만 학생 및 학교 경쟁력도 껑충 뛸 것으로 믿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 교수와 행정직원에 대한 업적평가시스템을 완전히 재편할 구상을 갖고 있다. 보상시스템 재설계 또한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_대학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여대와 비(非)여대를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봐요. 하지만 대학 나름의 원칙과 기준은 정해놓고 가야겠지요. 글로벌 경쟁력을 지향하는 성신여대의 최대 과제는 따지고보면 아주 명료해요. 성신인들에게 글로벌 환경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확대하는겁니다."
-어떤 방법으로 가능할까요.
"묘안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어요. 우선 학생들이 해외교류 대학에서 공부할기회를 늘리고 있어요. 외국인 교수 비중도 점차적으로 확대하고 있고, 각 학과에 영어강의 과목수 역시 부쩍 늘렸어요."
심 총장은 '교류의 달인'이라는 애칭도 갖고 있다. 취임한 지 3년만에 무려 16개나라 68개 대학과 교류협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인디애나대 등 내노라하는 대학들이 대부분이다. 소위 '거품'은 전혀 없다. 이들 대학에 매년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파견된다. 그는 "학생들이 글로벌 환경에 대한 노출이 잦아야만 자연스럽게 글로벌화 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실용학문 시대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21세기는 컨버전스(융합) 시대라고봐요. 동시에 통섭의 시대이기도해요. 인문과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학문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학문과 학제의 융합이 이뤄지고 있어요. 대학의 학문은 실천성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해 있습니다. 실천적 학문은 탄탄한 인문과 자연의 교양적 소양이 출발점이 된다고 판단해요. 균형적인 인재상은 실천학문 외에 교양교육이 강화돼야 가능하다고 믿어요. '현대적'이란 용어는 10년 후엔 '고전적'이란 말로 퇴색될 수밖에 없어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성신여대는 앞으로 20년 이상 '현대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실용분야 학문을 선택해 집중 육성할겁니다. 이렇게되면 차별성의 확대 역시 가능할거라고 봐요"
_새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 자율화엔 몇점 정도 줘야 할까요.
"…. 대학자율화는 기본적인 원칙이 있어요.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대학이 보편타당한 원칙과 기준, 역량에 따라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학생 선발과 교육, 연구, 경영 등을 독자적으로 훌륭하게 수행하는 것을 의미하지요. 대학 자율화는 대학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아직까지 완전하진 않다고 봐요. 다만 정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각 대학들이 합심해 대외적 신뢰도와 경영의 건전성 및 역량을 확대하면 대학자율화가 어느 정도 정착될것으로 믿어요. 그런 식의 노력이 이뤄지다보면 성취도 어려운 문제는 아닐겁니다."
_특히 입시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이 강합니다. 대학자율화의 핵심은 입시임에 분명해요. 성신여대는2013학년도 이후 사회적 합의에 따라 완전한 의미의 자율화가 실현될 것으로 보고있어요. 이에 대비해 최적의 입시 제도 연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대입 완전자율화가 이뤄질 경우 대학의 창학 이념을 근간으로 문화와 건강복지란 특성화 전략을 갖춰 다양한 특성을 가진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을겁니다."
_올해 입시의 방향은 구체화했나요.
"2011학년도 수시모집에서 1,289명, 정시모집에서 930명을 모집해요. 전년도에 비해 수시 선발 인원을 늘렸어요. 수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확대한게 특징입니다."
그는 학교가 원하는 우수 학생 선발에 특히 애착을 갖고 있는듯 했다. "수시 1차 일반학생 전형은 학생부에 의한 단계별 배수 선발을 하지 않아요. 지원자 전원이 논술고사를 봐야하고 비중도 70%로 확대했어요. 고교에서 배운 지식을 기반으로 이해력, 논리적 분석력, 응용적 사고력을 겸비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지요. 수시 2차 일반학생 전형은 학생부 100%를 반영하는 전형이지만 수능성적에 따라 최저학력 기준과 우선선발기준을 각각 설정해 모집인원의 50%를 우선 선발해요."
_입학사정관 전형을 너무 늘린 것은 아닌지요.
"그런 측면이 있긴 해요. 올해는 지난해(29명)보다 대폭 늘어난 256명을 입학사정관제 전형(전 과정 참여전형)으로 선발할 예정이에요. 전체 모집인원 대비 10.4%정도 돼요."
_왜 그런 선택을 한건가요.
"성신여대는 올해 입학사정관제 운영 지원 사업 선도대학으로 선정됐어요. 그런 만큼 창학 이념과 특성화에 부합하는 다양한 인재를 확보하고 사교육의 영향력이 거의 없는 입학사정관제를 정착시킬 각오에요. 수시 1차에서 성신챌린저, 성신리더십우수자, 나라사랑, 지역인재, 성신글로벌인재1, 농ㆍ어촌학생, 전문계고교출신자, 재외국민과 외국인 전형을 합니다. 수시 2차에선 의과학인재 전형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합니다."
_입학사정관제를 보완할 부분은 없나요.
"입학사정관제를 안착시키려면 대학의 변화와 노력못지 않게 초중고에서도 교육 과정이 동시에 변해야 해요. 대학은 대학의 특성에 맞는 전인적이고 다양한 인재를 뽑고 싶은데 초중고에서 교육 과정이 속도 있게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다양성과 전인성이 배양되지 않고 있는게 한계라는 판단입니다. 대입시와 초중고 교육과정이란 두 개의 바퀴가 선순환하듯 연계성 있게 잘 굴러가야 사교육 영향을 극소화하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입시제도로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심 총장은 '귤화위지(橘化爲枳)'란 사자성어를 떠올렸다. 입학사정관제를 긍정 부정 등 이분법적으로 규정짓기 보다는, 미국에서 시행한 입시제도를 우리식에 맞게 다듬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는 "한국의 전통과 관념, 우리 사회에서 교육이 갖는 의미와 특성 등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한국형 입학사정관제'를 창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_재정이 안정적으로 확보돼야만 대학자율화의 여러 조치들이 조기에 안착될텐데요.
"대학 재정과 자율화,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뗄레야 뗄수없는 관계라고 봐요.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방법은 있습니다. 소중한 등록금 등으로 편성된 학교예산의 절약, 외부 단체와 기업 및 동문과 자선가의 기부금의 확대, 산학협동 등 입니다. 그런데 예산의 절약은 한계가 있고 기부금은 예측성이 부족해요. 그래서 산학협력 사업을 강화해 자발적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게 중요해요. 최근 산학협력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것도 이런 이유때문입니다. 실용학문 육성이 성공적으로 기틀을 다진다면 재정 안정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_급변하고 있는 21세기에 여대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일까요.
"미국, 일본, 중국 등에도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강한 여대가 있어요. 하버드대 총장인 역사학자 파우스트 박사도 여대 출신입니다. G2인 미국 중국 처럼 대학의 규모로 경쟁하는 국가도 있고, 스웨덴 핀란드 같이 규모는 작지만 특정 분야에 강점을 가진 대학을 가진 국가도 있어요. 국내에서 대규모라고 평가받는 대학도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규모가 큰 대학이라 할 수 없어요. 특정 전공 분야에 차별적 특성과 우수성을 갖추는 것이야 말로 여대의 역할이라고 판단해요."
심 총장의 희망은'엣지 있는 특성화 대학'육성이다."비슷해보이지만 한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대학이 21세기를 리드하지 않을까요."
인터뷰=김진각 정책사회부 부장대우
사진=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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