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재무·유통… 모든 걸 혁신으로 뚫었다
국내 신용카드업계를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CEO)의 면면을 살펴보면 크게 뱅커(bankerㆍ은행원) 출신과 대그룹의 재무ㆍ기획전문가 출신으로 나뉜다.
대표적인 뱅커 출신 CEO는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과 장형덕 비씨카드 사장이다. 이 사장은 1982년 신한은행 창립 멤버로 입행해 22년간 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특히 신한은행에서 최고의 영업 실적을 올린 지점장을 뽑는'업적평가대회 대상'을 2회 연속 수상한 경력이 보여주듯이 '영업의 달인'으로 불린다.
은행 지점장 시절 고객 유치를 위해 현장을 쫓아다니느라'한 달에 한번 꼴로 구두 굽을 갈았다'는 일화가 있다. 그 만큼'현장'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신한카드 대표가 된 후에도 의사결정이 늦어 현장 영업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웬만한 사안은 양식화된 문서가 아닌 구두나 메모지 형태로 보고를 하도록 할 정도다. 이 사장은 이 같은 현장 경영을 기반으로 수익성과 시장점유율 모두에서 업계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장 사장도 씨티은행 서울지점에 입행해 서울은행 부행장을 지낸 뱅커 출신이다. 은행에서 한 우물을 팠던 이 사장과는 달리 리스(제일씨티 리스), 보험(교보생명 대표) 등 금융권의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경력을 쌓았다.
특히 유창한 영어실력과 외국계 은행에서 근무한 경험 덕에 글로벌 감각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장 사장은 중국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중국통 카드'를 출시해 성공을 거두고, 올 하반기에는 국내 전용카드로도 해외에서 결제가 가능한 카드를 출시하는 등 경영의 초점을 글로벌화에 맞추고 있다.
그는 특히 매일 아침 직접 영어로 이메일을 써 쓴 직원들에게 보내고, 사내에 해외 MBA과정을 설치할 정도 글로벌 인재 양성에도 적극적이다.
대그룹 계열사인 삼성과 현대, 롯데카드 등은 기획과 재무관련 핵심 인력이 CEO로 전진 배치돼 있다. 대표적 인물이 최도석 삼성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올 초 삼성그룹 정기인사에서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지 1년 만에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카드뿐 아니라 삼성그룹 금융사업을 전반을 조율하는 자리에 오른 셈이다.
특히 그는 97년부터 10여년간 삼성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역임한 그룹내 최고 재무통답게 삼성카드를 맡은 후 '자산 건전성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취임 1년 만에 카드 연체율을 5.79%에서 2.72%로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의 둘째 딸인 명이씨의 남편이기도 한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도 현대차 그룹내 대표적 파워리더로 현대종합상사와 현대모비스 기획실을 거쳤다.
현대카드를 맡은 후에는 파격적인 광고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앞세워 2001년 시장점유율이 1.8%에 불과하던 소형 카드사를 1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점유율 10% 대의 대형 업체로 키워냈다. 이 같은 성과는 사장 주재회의에서 임원 지정 좌석을 없애고 회의장에 입장하는 순서에 맞춰 자유롭게 좌석을 고르도록 하는 한편. 모든 사업 프로젝트 결제시간이 9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경영 혁신 노력에서 나왔다는 평가다.
박상훈 롯데카드사장도 그룹 기획조정실에서 재무와 기획을 주로 맡았다. 2002년 롯데카드 설립과 함께 경영지원본부장을 맡아 업무를 총괄해 왔으며 지난해 2월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성(姓) 씨' 마케팅 개념을 도입해 백화점 할인카드인'DC플러스 카드'를 히트상품으로 만들며 기획 전문가다운 면모를 보였다. 성씨 마케팅은 상품명의 'DC'(디씨)를 음만 차용해 성씨 중 하나로 인식하게 하는 마케팅으로 그 동안 보수적인 이미지로 굳어져 왔던 회사의 이미지를 180도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합작해 만든 하나SK카드의 CE0인 이강태 사장은 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유통 전문가 출신이다. 그는 LG유통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해 IBM코리아 유통사업부를 거쳐 삼성테스코 전자 상거래 담당 부사장을 지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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