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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를 말한다/ 창간일 6월 9일은 오뚝이 정신 상징…제호 '時事新報' 될 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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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를 말한다/ 창간일 6월 9일은 오뚝이 정신 상징…제호 '時事新報' 될 뻔도

입력
2010.06.0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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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는 56년 전 창간사설을 통해 "신문은 누구도 이용할 수 없고, 누구도 억제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상업신문의 길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뒤, 진실하다고 확인한 사실만 보도함으로써 시대와 호흡을 같이하는 독자의 귀와 입과 눈이 될 것을 다짐한 선언이다.

이 선언은 그 뒤, '누구도 이용할 수 없는 한국일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한국일보'로 확대ㆍ변용됐다. 권력과 압력에 대해서는 거부와 감시ㆍ비판을 견지하고 독자들과는 서로 소통하면서 '바르고 빠르고 친절한 한국일보'(창간 당시의 홍보문구)가 되겠다는 취지였다. '녹색신문'한국일보는 '춘추필법의 정신, 정정당당한 보도, 불편부당의 자세'라는 사시 아래 치우치지 않는 보도와 논평의 전통을 쌓아왔다.

창간기념일을 6월 9일로 정한 것은 이 날이 길일이며 6과 9를 포개면 태극무늬가 된다는 점, 6과 9가 불퇴전의 기삼을 담은 오뚝이의 형상이기 때문이다. 창간발행인 백상(百想) 장기영(張基榮ㆍ1916~1977)은 "한국일보 정신은 칠전팔기의 정신이다. 창간일의 6과 9자, 그것은 쓰러지면 또 일어나는 오뚝이와 같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백상은 번뜩이는 잠언과 같은 명언을 많이 남겼다. "사설은 쉽게 써야 한다. 사설 제목은 시와 같아야 한다.", "납이 녹아서 활자가 되려면 600도의 열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활자화되는 기사는 600도의 냉정으로 써야 한다.", "신문은 비판하는 용기도 있어야 하지만 칭찬하는 용기도 있어야 한다,", "일요일 새벽 3시반에 특종이 있다고 생각하는 정신이 한국일보 정신이다."등등.

지금은 한국일보라는 제호가 너무도 당연한 것 같지만 창간 당시엔 한국일보와 時事新報(시사신보) 두 가지를 놓고 투표 끝에 6대 6으로 의견이 맞서 백상이 한국일보로 최종 결정했다. 한국일보의 전신은 태양신문이다. 술에 취한 주필 석천(昔泉) 오종식(吳宗植ㆍ1906~1976)이 "제호만 바꾼 신문에 무슨 창간사를 쓰자는 거얏!"하고 소리지르자 백상이 간곡히 부탁한 끝에 창간사설을 싣게 됐다고 한다. 하마터면 '누구도 이용할 수 없는 한국일보'사설이 없을 뻔했다.

2005년 창간기념일에 김광규 시인(한양대 교수)은 이라는 축시를 통해 '수많은 시인과 작가를 길러낸/우리 문학의 후원자/20세기 후반기 우리의 역사를 증언해 왔고/21세기 문턱을 넘어서 새천년의 갈 길/앞장서 달려가는/녹색 신문/누구도 제멋대로 이용할 수 없고/누구도 폭력으로 억누를 수 없는/공정한 보도와 당당한 비판/…믿음직한 원숙기로 접어든 우리의 대변지'라고 한국일보를 찬탄했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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