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의 리더들
두산그룹은 국내 최고(最古)의 기업이면서 동시에 지난 10여년에 걸쳐 그룹의 체질을 성공적으로 바꾼 모범사례로 꼽히는 회사다. 1896년 문을 연 '박승직상점'을 모태로 한 세기 이상을 영위한 소비재기업에서 인프라비즈니스를 중심으로 한 중공업그룹으로 탈바꿈한 것. 여기엔 글로벌 시장의 주역으로 도약하기 위해 형제경영의 장점을 극대화한 두산가(家)의 열정이 깃들어 있다.
지난해 3월 그룹의 수장에 오른 박용현 회장은 1년 여만에 투명 경영을 실현하고 지배구조를 안착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취임 이후 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과정을 마무리 지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해낸 것. 서울대병원장을 지내는 등 오랜 기간 그룹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던 터라 일각에선 경험 부족을 우려했지만 이를 말끔히 털어버린 셈이다.
박 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답은 현장에 있다"고 강조할 정도로 '현장경영'을 중시한다. 실제로 지난 1년간 국내외 현장을 오간 거리만 10만1,000㎞에 달한다. 지구 두 바퀴 반 이상을 돈 거리다. 인재경영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사람의 성장'(Growth of People)을 통해 '사업의 성장'(Growth of Business)을 도모한다는 '2G' 전략이 그것이다. 경기침체기인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인 85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선발한 데 이어 올해는 선발 인원을 1,000명까지 늘렸다.
그가 심혈을 기울이는 또 다른 분야는 사회공헌 파트다. 올해에는 그룹 전체 매출의 0.3%를 사회공헌활동비로 책정했다. 미국ㆍ일본기업들의 사회공헌지출(0.2%)보다 높은 수치다. 오세욱 전무를 주축으로 한 사회공헌팀도 신설했다. 취임 당시부터 강조했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신념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주사인 ㈜두산의 경영을 맡고 있는 박용만 회장은 '브랜드 CEO'로 불린다. 오너 3세이면서도 미 보스턴대 경영대학원 MBA 출신으로 전문경영인 못잖은 면모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구조조정 전문가다. 1995년 말 두산그룹 기획조정실장을 맡은 뒤 10여건의 인수ㆍ합병(M&A)을 성사시키면서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재편, 소비재기업에서 중공업그룹으로 변신하는 토대를 닦았다.
박 회장은 소통경영의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국내 CEO들 중에서 트위터를 가장 먼저 활용했고, 지금은 팔로어가 4만명이 넘을 정도다.
고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4세의 맏형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은 그룹 내 차세대 선두주자다. 그는 환경ㆍ에너지와 함께 철도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다. 원전과 담수플랜트, 폐기물 에너지화 등 친환경 발전사업의 비중을 높여나가는 동시에 기획ㆍ설계ㆍ관리 등을 한 데 묶는 통합철도사업자의 면모를 갖춤으로써 세계 시장을 적극 개척하겠다는 취지다.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경제부처의 요직과 그룹 계열사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영입인사의 대표격이다. 한ㆍ대만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과 한국기계산업진흥회 회장,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는 그룹의 대외창구이기도 하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은 지난해 9월 체코 스코다파워 인수, 올해 초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오너 4세다.
미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MBA 출신인 김용성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이다. 매킨지컨설팅 최초의 한국인 파트너로 그룹의 변신 과정에 조력했고,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의 전략혁신총괄사장(CSO)를 맡아 기업 체질 개선을 이끌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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