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이 진화한다… 글로벌 흐름을 따라잡는 브레인들
이제 한국의 금융은 은행 중심 금융지주사들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거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한 막강한 조직력과 네트워크, 전 금융권을 아우르는 계열사간 교차영업은 한국 금융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금융지주사들은 이들 거대한 조직의 '브레인' 역할을 한다. 금융그룹의 인수ㆍ합병(M&A) 전략에서부터 해외진출, 계열사 인사, 비용절감까지 국내외 금융업계 흐름을 읽어 내야 한다. 국내 4대 금융지주사의 수뇌부가 '한국 금융의 산 증인'들로 가득한 것도 그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의 라응찬 회장은 금융계의 '살아있는 전설'. 1991년 신한은행장에 취임한 이후 3연임을 했으며, 최근에는 지주 회장 4연임에 성공하며 'CEO만 20년째'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59년 고교(선린상고) 졸업과 함께 농협은행에서 은행 생활을 시작한 그는 벌써 51년째 뱅커 외길을 걷고 있다. 82년 신한은행 창립멤버(상무이사)로 들어와 현재 신한지주가 국내 굴지의 금융그룹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라 회장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일 정도로 그룹 안팎에서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신한의 유력한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신상훈 사장은 상고(군산상고) 출신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67년 산업은행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한 신 사장은 82년 역시 창립멤버로 신한은행에 몸 담은 뒤, 은행내 핵심 보직인 일본 오사카 지점장과 자금ㆍ영업부장을 거쳤다. 신한은행장 시절에는 조흥은행과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지휘하기도 했다. 뛰어난 업무능력은 물론, 요즘도 웬만한 상가(喪家)에는 빠지지 않고 들를 정도로 폭넓은 대인관계와 성실함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도 대표적인 장수 CEO로 꼽힌다. 한일은행과 한국투자금융을 거치며 금융계 경력을 쌓은 그는 97~2005년 하나은행장을 역임한 뒤 2005년부터 하나지주 회장을 맡으며 신한의 라 회장과 함께 '금융권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의 대표적 서민금융 정책인 미소금융 사업의 중앙재단 이사장을 맡으며 주목 받고 있지만, 진작부터 금융과 서민자활을 접목시킨 서민대출 사업과 교육사업, 노인복지ㆍ저출산ㆍ다문화가정 문제 등에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온 사회공헌형 CEO이기도 하다.
김종열 사장은 김 회장과 같은 한국투자금융 출신으로 93년 하나은행에 둥지를 튼 뒤, 2002년 서울은행과의 통합추진기획단장을 맡아 합병을 지휘했고 2005~2008년 하나은행장을 역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잠시 주춤했던 그룹의 올해 목표를 시장점유율과 영업기반 확대로 잡고 조직을 독려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이팔성 회장도 40년 가까운 은행 경력을 자랑한다. 한일은행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그는 99년부터 한빛증권과 우리증권 대표를 잇따라 역임한 뒤, 2005년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맡기도 했다. 서울시향 대표 시절, 뛰어난 경영 수완으로 악단의 수입을 단기간에 끌어올린 사례는 미국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교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윤상구ㆍ김정한 전무 모두 각각 한일과 상업은행에 입행해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은행 외길을 걸어온 정통 뱅커들이다.
KB금융지주는 현재 CEO가 공석 상태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부회장으로 대표이사를 맡고 있지만 조만간 새 회장 선임을 앞두고 있다. 요즘 금융권의 관심은 온통 새 KB호의 선장이 누가 될 것이냐에 쏠려 있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금융권 M&A 대전의 열쇠를 최대 금융그룹인 KB지주 회장이 사실상 쥐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M&A를 포함한 그룹의 경영전략 중심에는 최인규 부사장이 있다. 장기신용은행에 몸 담았다가 외환위기 후 두 은행의 합병으로 국민은행에 둥지를 틀었는데,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과정을 총괄했고 최근 KB지주로 옮겨 그룹내 각종 경영기획을 주관하고 있다.
그룹내 재무와 리스크 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신현갑 부사장은 미국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국민은행에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되기 전까지도 글로벌 회계법인과 은행에서 재무를 담당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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