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의 리더들
한진그룹의 무대는 일찍부터 지구촌이었다. 모기업인 ㈜한진은 1960년대부터 베트남의 군수물자 수송으로 외화를 벌어 사업기반을 넓혔고,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은 전 세계의 하늘길과 바닷길을 개척해왔다. 대한항공에서만 올해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대할 정도로 글로벌 수송물류그룹에겐 미증유의 금융위기도 미풍에 불과했다.
글로벌 수송 명가로 우뚝 선 한진그룹의 중심에는 조양호 회장이 있다. 조 회장은 세계 항공업계에서 장기적 안목으로 변화를 예측하고 한발 앞서 준비하는 경영자로 정평이 나 있다.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불어닥친 세계 항공업계의 극심한 침체기에 오히려 항공경기가 되살아날 때를 대비해 연료 효율이 높은 A330과 B787 등 차세대 항공기 확보에 공을 들였던 게 단적인 예다.
물류 부문에서도 조 회장은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나보이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우즈베키스탄의 나보이를 2018년까지 중앙아시아의 물류 허브로 변모시키기 위한 이 계획에는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시장까지 겨냥한 전략적 판단이 들어있다.
조 회장의 자신감 넘치는 행보는 '현장 확인'과 '고객 중시'라는 경영철학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절대안전을 지상 목표로 하는 수송업의 특성상 현장 확인은 필수이며, 이는 동시에 고객과의 접촉면을 넓혀 고객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경영 뿐 아니라 민간외교관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부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를 이끌면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로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러시아 에르미타주 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 등 세계 3대 박물관의 한국어 작품안내 서비스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올해 초 대한항공 총괄사장에 취임한 지창훈 사장은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키워온 CEO다. 그는 1977년 입사 후 시드니ㆍ샌프란시스코 지점장을 거쳐 여객노선영업담당 상무, 서울여객지점장 등을 거친 전형적인 여객영업 전문가였다. 그러다 "여객영업과 화물사업을 모두 아는 전천후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조 회장의 방침에 따라 2008년 화물사업본부장을 맡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나보이 프로젝트까지 책임지더니 결국 올해 총괄사장에 올랐다.
지 사장은 화물사업본부장 재직 시절 여객분야의 섬세한 서비스 감각을 화물분야에 접목해 대한항공이 5년째 국제화물수송분야 세계 1위를 차지하는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대한항공 각 분야에 변화와 혁신을 가속화하겠다는 그의 경영철학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서용원 대한항공 총괄부사장은 그룹 내에서 노사관계 안정화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노사문제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또 2005년부터 인재개발관리본부장을 맡아오면서 대한항공이 대기업 입사 선호도 조사에서 매번 상위권에 오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3세 경영진도 전면에 나서고 있다.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무는 1999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로 입사해 현재 기내식기판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2006년 비빔국수를 기내식으로 개발하여 국제기내식협회(ITCA)로부터 머큐리상을 수상했고, 웰빙기내식 메뉴 개발과 한식 기내식 세계화 등 대한항공 기내식을 명품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장남인 조원태 전무는 2003년 그룹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담당으로 입사해 현재 여객사업본부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신종플루와 금융위기 등 어려운 환경에서도 해외 출발 수요창출을 통해 1,33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그 여세를 몰아 올해 1분기에는 사상최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만만치 않은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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