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지난 1월 남아공 전지훈련에서는 “주전(해외파)와 비주전의 실력 차이를 좁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월드컵 본선에서 정말 힘들어질 수 있다”고 대표팀 내 ‘평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을 목전에 둔 지금 허 감독이 주장한 ‘평준화’의 중요성이 새삼 실감된다. 오스트리아 전지훈련부터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이 4일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 주축급 선수들의 예기치 못한 부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허벅지 근육통으로 스페인과의 최종 평가전에 결장했다. 박주영은 스페인전 다음 날 족구를 하다가 왼쪽 팔꿈치를 다쳤다. 조용형은 대상 포진으로 훈련에서 제외된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본선 도중에 이런 돌발 사태가 벌어진다면 ‘백업’ 들이 붙박이 못지않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사상 첫 원정 16강’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월드컵 본선이 코 앞에 다가온 시점, ‘벤치 멤버’로 분류된 이들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하는 이유다.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23명은 언제라도 그라운드에 투입될 수 있다.
월드컵에서 찾아온 기회는 개인적으로‘인생 역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월드컵 본선에서 ‘깜짝 스타’가 등장한 예는 많다. 살바토레 스킬라치(이탈리아)는 1990년 월드컵 개막 이전 A매치 경험도 없던 무명 공격수였다. 그러나 조별리그 1차전과 2차전에서 ‘조커’로 나서 거푸 결승골을 터트렸고 결국 득점왕(6골)을 거머쥐었다. 같은 대회에서 아르헨티나 골키퍼 세르지오 고이코체아는 경기에 나서기도 힘들 것으로 전망됐다. 1986년 멕시코 대회에서 우승을 이끈 ‘수호신’ 넬리 품피도가 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품피도가 조별리그 2차전에서 부상당해 고이코체아에게 기회가 왔고 그는 신들린 선방으로 조국의 결승행을 이끌어‘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에 도전하는‘허정무호’에서 이 같은 신데렐라가 탄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는 법이다.‘벤치 멤버’들도 베스트 11 못지않게 단단한 각오를 하고 월드컵 개막을 맞아야 한다.
루스텐버그(남아공)=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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