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7일 제기한 '보수 대연합론'은 향후 정치지형 변화와 관련해 주목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2012년 총선, 대선 등을 앞두고 상황에 따라 실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 대표는 KBS 라디오에 출연해 "보수 세력이 대연합의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가면 보수 정권을 다시 내줘야 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말하자면 6ㆍ2 지방선거에서 보수 세력이 패배했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야권은 뭉친 반면 보수는 분열했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수 세력이 화합하고 뭉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표가 "한나라당뿐 아니라 전체 보수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물론 당장 보수 대연합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이 대표의 언급은 원론적인 말로 특별한 의미는 없다"며 "한나라당과의 합당 등을 염두에 둔 얘기는 전혀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나라당 친이계의 한 핵심 의원도 "여당이 국회를 운영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여당의 의석도 모자라는 것이 아니다"며 "현재로선 보수 대연합론이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세종시 문제도 당장의 보수 대연합 실현 가능성을 낮춘다. 또 한나라당 내부의 친이계와 친박계 갈등도 여전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가능성은 열려있다. 한 친이계 의원은 "한나라당도 상당 부분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다만 시기적으로 볼 때 2012년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 대연합을 실현해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자유선진당의 한 의원도 "아직은 구체적인 복안이 없지만 대선 국면에서 보수 대연합 가능성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보수 세력이 위기 의식을 느낀다면 언제든지 성사될 수 있는 화두인 셈이다. 특히 보수 대연합 움직임이 실제로 꿈틀거릴 시점이 온다면 이는 정치판 전체의 판도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한편 자유선진당 최고위원들이 이 대표의 사퇴를 만류하기로 함에 따라 이 대표가 다시 복귀할 것이란 시각과 복귀하지 않고 비상체제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