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1조3,000억원, 연면적 82만300㎡, 총 점포 8,360개에 달하는 동양 최대규모의 유통단지인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가 장기표류 끝에 마침내 10일 공식 개장한다. 준공(2008년12월)한 지 무려 1년 반 만이다.
그러나 문은 열어도 채워진 점포는 아직 절반에 불과하다. 사실상 '반쪽'개장하는 이 거대단지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절반의 성공
가든파이브는 청계천 복원으로 영업터전을 잃게 된 상인들을 위해 서울시가 나서서 조성한 곳. 그러나 청계천 이주상인들과 사업시행자인 SH공사간 분양가 분쟁과 저조한 입점률 등으로 발목이 잡혀 가든파이브는 준공 후 정식 개장이 네 차례나 연기되는 진통을 겪었다.
7일 현재 가든파이브를 구성하는 ▦라이프(Life)관 ▦웍스(Works)관 ▦툴(Tool)관 등 3개관을 합친 평균 계약률은 72%, 입점율은 50%다. 문을 열기엔 저조한 수준이지만 최근 이랜드그룹이 직매입백화점인 NC백화점을 라이프관에 개장한 것이 공식 오픈에 큰 힘이 됐다.
아파트형 공장으로 지어진 웍스관은 계약률 89%에 입점률 83%로 입주 실적이 가장 좋으나, 청계천 공구상인을 타깃으로 했던 툴관은 계약률 52%에 입점률 26% 선에 머물러 있다. 유통ㆍ판매시설 중심의 라이프관의 경우 NC백화점을 유치하며 공식 개장을 앞두고 막판 입점률이 크게 올랐지만, 여전히 실입점률은 점포수 대비 절반을 조금 넘긴 55%에 그친다.
썰렁한 것도 문제지만 매장을 채우는 데 급급해 기본 콘셉트와 무관한 업체들이 입점을 하면서 예기치 못한 잡음도 나오고 있다. 예컨대 툴 단지의 경우 기본 골격은 공구전문 상가지만, 정작 웨딩홀과 스파, 이마트 등이 툴관을 대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입점률 제고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어쨌든 이로 인해 가든파이브의 성격자체가 모호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웍스관 역시 원래는 청계천 주변 공장들을 흡수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이주업체들이 고분양가 등을 이유로 입주를 꺼리면서 입점 기준이 벤처와 지식산업 업체로까지 확대됐다. 그 결과 지금 웍스관은 대부분 일반 사무실 등이 차지하게 됐다.
SH공사 관계자는 "준공 이후 우여곡절이 많았고 입점을 둘러싼 논란도 많았지만 그래도 굵직한 입주사들이 들어오면서 문을 열 수 있게 됐다"며 "개장 후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나면 앞으로 입점에 더 탄력이 붙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머나먼 갈 길
당장은 입점률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절반만 채워진 썰렁한 상태로는 아무리 공식개장을 하더라도 단지의 지속가능성이 의문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툴관이 심각하다. 입점률 26%로, 4개당 3개는 빈 점포로 남아도는 상황이다. 툴관뿐 아니라 백화점이 들어선 라이프관 역시 아직 텅 빈 미분양 점포들이 많아 초기 상권형성이 쉽지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청계천에서 이주해온 한 공구업체 관계자는 "대형 입점사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등 조금씩 여건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한때 실패한 상권이란 오명이 완전히 씻긴 것은 아니다"며 "서울시와 SH공사가 전문 매장의 자발적 입점을 독려할 수 있는 당근책들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계획했던 전문매장의 입점률이 낮아 개장 초기 고객을 끌어 모으는 데 실패할 경우에는 상당기간 상권 형성에 애를 먹을 수도 있을 뿐 아니라, 거대한 도심 흉물로 전락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며 "입주 상인들의 영업수익을 보전하고 제대로 된 상권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유관 전문매장들을 빨리 유치하는 것 이상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입지나 외형적 가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기에 충분하지만 지나치게 넓은 규모와 복잡한 동선은 오히려 쇼핑의 피곤함을 유발하는 제약이 될 수도 있다"며 "쇼핑 외에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ㆍ예술적 기획들을 마련해 유통 상가로서의 단조로움을 탈피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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