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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남편… 인민군 오빠… 여성에게 전쟁은 무엇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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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남편… 인민군 오빠… 여성에게 전쟁은 무엇이었나

입력
2010.06.0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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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그 성격과 의미를 돌아보는 작업이 활발하다. 계간 '역사비평' '시대정신' '황해문화' 등 학술지 여름호들은 다양한 시각에서 한국전쟁을 조망하고 있다. 남성, 국가 중심의 시각과 군사ㆍ정치적 접근에서 벗어나 여성, 화교 등 기존 연구에서 배제됐던 이들의 시선으로 전쟁을 바라보거나 사회문화사적 방법으로 접근하는 작업들이 눈에 띈다.

여성, 화교의 입장에서 본 전쟁

함한희 전북대 교수는 '역사비평' 여름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전쟁이라는 위기상황에서 여성이라는 사회적 약자들이 이념과 가족의 '경계'에 놓이게 된 점을 주목하고 이들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을 여성주의 시각으로 해석한다.

전북 임실 지역의 전쟁 체험 여성 900여명의 구술을 분석한 그는 여성들이 자신의 신념보다 아버지, 남편, 남자 형제의 활동 때문에 이념 전쟁의 경계로 몰린 경우가 다반사였음을 확인한다. 시가와 친정 남성들의 이념이 다르거나, 아들들이 각각 국군과 인민군에 입대하는 경우 등에 따라 여성들은 양쪽으로부터 고초를 겪어야 했다. 가족의 경계 밖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흔했다. 특히 전쟁터로 나간 남편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여성들은 피난갈 때 시가 식구들로부터 구박을 받는 등 심각한 소외를 경험했다.

함 교수는 여성들이 이 혼란을 자신들을 억압해온 정치적 이념, 부계 중심 가족주의를 극복하려는 계기로 삼은 점에 주목한다. 예컨대 전쟁 동안 시가로부터 배제된 여성들이 이후 '자기'가 중심에 설 수 있는 가족을 만드는 방식으로 삶의 태도를 바꾼 경우다. 그는 "이념, 가족, 성의 규범이 흔들리면서 혼란의 소용돌이를 경험한 여성들은 기존의 문화에 얽매이기보다 그 권위에 도전장을 내기도 한다"며 "이는 여성 특유의 문화적 실천으로 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왕엔메이(王恩美) 타이완국립사범대 조교수는 화교들의 한국전쟁 참여 경험을 그들이 '국민' 아이덴티티를 형성한 결정적 계기로 해석했다. 전쟁이 발발하자 화교들은 국민당 정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으며, 중공군이 참전하자 반공 성향 500여명의 화교는 S.C부대라는 정보부대 요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왕 교수는 "일제 시기에 화교들은 자신들의 귀속의식을 고향 산둥성에 일치시켰고, 중화민국 국민이라는 의식은 강력하지 않았다"며 "이들은 한국전쟁에서 직간접적으로 중화인민공화국과 적으로 싸우는 경험을 하게 됨으로써 중화민국에 대한 귀속의식을 자각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한국전쟁은 한국의 내전일 뿐 아니라 중국의 내전이기도 했다는 해석이다.

전쟁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한국전쟁의 원인에 대한 진보와 보수 양쪽의 시각 차도 여전하다. 보수 성향의 이지수 명지대 교수는 '시대정신' 여름호에 기고한 글에서 1980년대 이후 진보학계에 영향을 준 수정주의를 비판한다. 수정주의는 한국전쟁의 원인을 남한 지도층의 호전성과 미국의 제국주의적 의도로 보고 북침 혹은 남침유도설을 주장한다.

이 교수는 소련 해체 이후 공개된 문서 등을 근거로 수정주의는 현상 간의 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이해하거나, 일부 사실을 선별적으로 과잉ㆍ확대 해석했다고 비판한다. 예컨대 좌우 갈등이 전쟁 직전에 전면화됐고 전쟁 발발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는 수정주의의 분석에 대해 그는 "오히려 남북 분할이 지속되면서 남북은 각자 이데올로기 갈등에 신경쓰기보다는 정치적으로 좌고우면하지 않고 각자 국가 형성 과정에 들어섰다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하다"고 반박한다. 다만 북한의 경우 전쟁을 대비한 것이건 아니건, 해방 후 국방력 분야에 있어서 지속적인 정비와 완성도를 높인 점만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따라서 이념적 갈등의 전면화와 전쟁 발발이라는 구조적 분석보다 김일성과 스탈린에게서 개전의 원인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진보 성향의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역사비평'에 기고한 글에서 남북 양 지도자들의 책임을 동시에 묻는다. 그는 "강대국의 입김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처지에서 그들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고 믿었던 남북 양 지도자야말로 전쟁 국면에서 최대의 오해, 무지, 몰이해, 판단착오의 주체"라고 비판한다. 김 교수는 이어 "한국전쟁은 미국과 이승만, 김일성의 관점이 아닌 남북한의 과거 피해 대중과, 현재와 미래의 잠재적 피해 대중의 관점에서 다시 조명되고 기억되어야 한다"며 한국전쟁 연구방향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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