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오성(44)이 MBC 주말드라마 '김수로'에서 신귀촌의 부족장인 신귀간 태강 역으로 돌아왔다. 사실 그가 긴 공백기를 가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트'(1997) '친구'(2001) 등의 영화에서 그가 연기했던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를 추억하는 시청자라면 이번 작품이 '컴백'이라 느껴질 만하다.
그의 굳게 다문 입술과 날카로운 눈매에서 힘이 느껴진다. TV속에서 신귀간으로 분한 그의 모습에서다. "태강이 즉위식을 하고 나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 있었어요. 명색이 힘 깨나 있는 부족장인데 염사치(이원종)와 둘이서 검소하게 술잔을 나눕니다. 그래서 집안에 시녀 하나도 없느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너는 너 혼자 있어도 힘 있어 보여'라고 하더라구요."(웃음). 음반계에 있는 한 지인은 이 드라마를 보고 "넌 이런 역할이 딱이야"라고 시청 소감을 전하기도 했단다.
그가 카리스마를 듬뿍 담아 연기하는 신귀간은 김수로와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이다. 그는 "신귀간이 현실적이고 권력지향적인 인물로 주인공과 갈등 관계에 있지만 전형적인 악인도 아니고 '악의 축'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우습다"며 "궁극적으로는 가야의 왕이 아니라 고토를 회복하려는 큰 꿈을 가진 인물"이라고 했다. 그는 "만약 신귀간이 가야를 통합하고 권력을 잡았다면 가야가 신라에 쉽게 병합되진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2004년 '장길산'에 이어 두 번째 사극에 출연하는 그는 "사극을 찍는 것은 분장이나 지방촬영 등 녹록하지 않은 면이 많다"며 "다큐를 찍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물에 출연하는 배우로서 소명의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32부작 드라마를 통해 가야를 다 소개할 순 없지만 드라마가 끝나고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 배우로서의 몫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리스마와 남성미를 물씬 풍기는 이미지로 각인된 그지만, 열한 살짜리 아들이 여자 친구에게 '니네 아빠 악역이지?'라는 얘기를 듣고 와서 전할 땐 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이제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갖고 싶어하는 그는 "실제로는 2006년에 방송한 '투명인간 최장수'에서 연기한 캐릭터와 닮았다"면서 "인간 유오성이 이런 놈이라는 걸 알게 해준 드라마라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에 관한 한 그는 외골수다. 처음엔 영화를 연출하려고 한양대 연극영화학과에 들어간 그는 군대에서 스타니슬라프스키의 등의 책을 읽고 연기자의 길을 선택했다. 1992년 연극 '핏줄'로 데뷔한 이래 18년 동안 줄곧 연기에만 매진해 이제 '뼛속까지' 연기자가 됐다.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이 과해서였을까. 같이 일하는 상대를 사람 자체가 아니라 수행능력으로 평가했다는 그는 "어떻게 보면 교만했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또 "누구나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것을 인정해 줘야 하는데, 내 기준에서 판단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며 영광과 좌절을 겪으면서 여유 없이 경쟁에 함몰된 것은 아닌지 반성하기도 했다.
"어린 나이부터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증명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온 것 같다"는 그는 "마흔이 넘어가니까 여유도 생겼고 매사에 감사할 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교수, 검사인 형들에 비해 공부도 못하고, 위축됐었는데 내가 연기를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며 "연기는 내가 이 사회에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라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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