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로프를 잡고 오른발을 내딛는 순간, 한우리(40)씨의 무릎에 바위의 육중한 충격이 전해졌다. 공중으로 붕 뜬 몸은 로프에 의지한 채85m높이의 까마득한 절벽에서 흔들렸다.
정상이 코앞인데 한 발짝도 더 나아갈 수가 없다. 한 순간 부주의가 불러온 사고였다. 암벽등반을 시작한 지 2년, 이제 어느 정도 자신감도 붙었다.
한 해에 몇 차례씩 하는 안전훈련 중에도 자신이 사고를 당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십 수년 바위 절벽을 오른 베테랑 선배들도 교육 시간만큼은 진지했던 이유를 절감한 순간이었다. 결국 동료 대원에 업혀 오르던 코스를 따라 하산할 수 밖에 없었다.
중력을 거슬러 높이 비상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가? 그러나 날개 없는 인간은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없다. 깎아지른 듯한 암벽에 손가락 몇 개 들어갈 크랙(바위 균열)과 홀드(발끝을 디딜만한 바위의 요철 부분)에 온 몸을 의지한 채 한 뼘, 한 뼘 고지를 점령해 가는 암벽등반은 모험과 스릴 그 자체다.
하지만 언제나 모험에는 위험이 따르는 법이다. 빠르게 증가하는 등산인구만큼 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서울에서 산악사고로 119구조대가 출동한 회수는 2007년에 980건에서 2008년에 1,174건, 2009년에 1,295건으로 해마다 평균 15%씩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5월과 6월에 사고가 집중된다.
암벽등반에서 체력이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장비를 다루는 기술과 안전의식이다. "모험이 재난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한 등반기술의 습득이 우선입니다" 진성권 북한산 경찰산악구조대장의 지적이다. "그 다음은 욕심 내지 않는 것입니다. 산에 대한 겸손한 도전의식이 필수입니다" 암벽등반 사고의 대부분은 장비를 다루는 기술의 미숙과 안전의식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암벽등반이 목숨을 담보로 하는 모험일 수는 없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성취감을 맛보는 레저스포츠로 즐겨야 한다. 무한자유의 희열을 맛보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동에 무한책임이 뒤따른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사진·글=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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