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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논어고금주' 완역한 이지형 교수 "다산, 신분사회 한계 뛰어넘어 논어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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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논어고금주' 완역한 이지형 교수 "다산, 신분사회 한계 뛰어넘어 논어 해석"

입력
2010.06.0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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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학에 대한 이해 없이는 결코 다산 학문의 전모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논어' 해석서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다산 정약용(1762~1836)의 '논어고금주(論語古今注)'가 한문학자 이지형(79) 성균관대 명예교수에 의해 국내 처음으로 완역(전5권ㆍ사암 발행)됐다.

'논어고금주'는 주자를 위시한 중국과 일본의 내로라하는 유학자들의 '논어' 해석을 집대성, 다산이 논평을 단 것이다. 다산이 52세 때, 강진 유배생활 중이던 1813년 완성한 것으로 '여유당전서'에 40권으로 묶인 방대한 분량이다.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 등 이른바 1표2서(一表二書)가 다산의 경세론을 대표한다면, '논어고금주'는 유교 경전의 해석 작업에서도 탁월한 경지를 이룬 다산의 경학의 핵심 저서로 평가된다.

이지형 교수는 이미 다산의 '맹자' 주석서인 '역주 맹자요의'와 '서경' 비평서인 '역주 매씨서평' 등을 번역한 다산 전문가. '논어고금주' 번역에는 2003년부터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이 교수는 "'논어'에 대한 다산의 독창적인 해석에서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지식인의 몸부림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주자를 비롯한 선대 유학자들의 '논어' 해석이 중세적 인간관과 관념적 사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다산의 해석은 이런 한계를 뚫고 근대적 인간관, 경험적 사유의 세계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산이 자신의 묘비명에까지 인용했다는 '오직 상지(上知)와 하우(下愚)는 옮기지 못한다(惟上知下愚不移)'는 구절에 대한 주자와 다산의 해석은 정반대다. '상지'와 '하우'를 미(美)와 악(惡)이라는 인간의 성품으로 풀이한 뒤 이것들은 후천적 경험에 의해서는 바뀔 수 없다고 본 것이 주자의 견해다. 주자의 해석은 성인(聖人)과 그렇지 않은 인간이 미리 정해져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신분적 계층사회를 합리화시키는 이론적 근거가 됐다. 그러나 다산은 이런 해석을 "천고의 폐단"이라고 통박했다. 상지와 하우는 각각 이해에 밝은 것, 이해에 어두운 것을 의미할 뿐 인간의 품성과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다산의 '논어' 해석은 주자를 중심으로 한 성리학자들의 주석과는 판이하게 다르다"고 강조했다. '논어고금주' 에는 인간을 애초부터 구별해서는 안된다는 다산의 근대적 인간관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부도덕한 권력의 억압에 맞서는 지식인의 자세, 현실에 대한 지식인의 적극적 발언을 주문하는 주석에서도 다산 사상의 당대성을 확인할 수 있다.

1972~96년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로 재직했던 이 교수가 다산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0년, 이우성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권유로 다산연구회에 가입한 것이 계기였다. 당시 연구회 회원들은 현실비판적 소장 학자들이었던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 고 김진균 서울대 교수 등이었다. 이 교수는 이들과 '목민심서'를 독회하면서 다산의 세계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는 "다산은 학문으로 현실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지식인"이라며 "'논어고금주'는 다산의 실천적 학문 정신의 뿌리를 보여주는 동아시아 경학의 보전(寶典)"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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