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어떤 사진사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며
명함 사진 여덟 장을 나뭇잎 모양으로 빼주는데
절반 가격에 모시겠다고 했었지.
웬 잡상인이 아침부터
교실에서 시끄럽게 한다고
인상을 잔뜩 찌푸렸는데
그때 사진사 말 듣고,
한 장 찍어둘걸 그랬어.
병원 마당에 가을비 흩뿌리고,
은행잎 한 장 내 어깨에 떨어지니
나뭇잎 모양으로 박혀 있는
열일곱 살 내 얼굴도 그리워지나니…
● 신병훈련소에 들어갈 때였는데요. 친구들이 모두 먼저 입대해서 저는 아버지의 환송을 받으며 훈련소 문으로 걸어갔지요. 7월이니 무더운 여름이었습니다. 하도 더워서 조금이라도 빨리 훈련소에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정신이 좀 어떻게 된 것이지요. 그렇게 부랴부랴 걸어가는데 정문 앞 잡상인들을 가리키며 아버지가 시원한 음료수 마시고 가라고 붙잡으시더라구요. 아버지하고 온 게 창피해서 됐다고 말하고 들어갔습니다. 저의 신병훈련 기간은 마시지 않고 온 그 '시원한 음료수'와의 일대격전이었다고나 할까. 다음에 들어올 때는 꼭 마시고 오겠어! 맹세 또 맹세. 근데 다음은 없더군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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