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날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축구가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이란 또 하나의 신화를 위해 12일 그리스와 조별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평가전을 끝낸 허정무 감독과 23명의 우리 선수들은 5일 남아공에 입성해 컨디션 조절에 들어갔고, 국민들은 12번째 선수로 목이 터져라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칠 준비를 마쳤다.
순조로운 세대교체, 신구의 조화로 우리 대표팀은 역대 최강으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남아공의 겨울 날씨와 고지대 적응을 위한 훈련도 철저히 했다. 상대팀에 따른 다양한 전술을 익혔다. 팀 분위기도 어느 때보다 좋다. 국민의 3분의 2가 16강 이상의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선 B조에서 맞붙을 그리스(12일)는 국내 경제파산으로 사기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6년 전 유로2004의 우승팀이며, 아르헨티나(17일)는 두 번이나 월드컵 우승을 한 팀이다. 나이지리아(23일) 역시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강호다. 만만한 상대가 없다. 그렇다고 겁 먹거나 주눅들 필요는 없다. 자신감을 갖고, 특유의 조직력과 스피드로 당당하게 맞선다면 얼마든지 무너뜨릴 수 있다. 공은 둥글다. 더구나 축구는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니다. 11명의 선수들이 마음과 힘을 합친다면 얼마든지 예측 불가능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미 우리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로 그것을 경험했다.
승리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페어플레이다. 선수들은 무엇보다 경기 규칙을 지키고,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국민들도 지나치게 결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기꺼이 박수를 보내고, 경기를 즐기는 성숙한 모습으로 '감동과 열정의 코리아'를 세계에 다시 한 번 보여 주어야 한다. 2002년처럼 열광하되 그때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나흘 후면 전국의 거리와 광장은 붉은 물결과 함성으로 뒤덮일 것이다. 월드컵이 갈등과 대립으로 얼룩진 대한민국을 하나로 묶어주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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