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금융기관들이 2조6,000억달러(약 3,210조원)의 ‘빚 폭탄’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3국이 전세계 금융기관에 갚아야 할 빚이 무려 2조6,000억달러(2조2,000억유로)에 달하는데, 이들 채권을 보유한 프랑스, 독일 등의 금융기관들이 구체적 내역을 밝히지 않고 있어 유럽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과 경제위기 공포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 보도했다. 이 같은 부채는 유럽전체의 국내총생산(GDP)의 22%에 해당하는 규모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3국 정부와 민간이 발행한 채권은 프랑스가 2,290억유로, 독일 2,260억유로, 영국 1,030억유로, 미국 540억유로 등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금융기관 별로 보면 은행이 1조650억유로, 공공기관 5,670억유로, 기타금융회사가 5,340억유로를 떠안고 있다. 하지만 “각국 정부와 금융기관들은 구체적인 부채내역을 유럽연합(EU) 회원국끼리 공유하려 하지 않는다”고 루카스 D. 파파데모스 유럽중앙은행(ECB)부총재가 NYT에 우려를 표명했다. 섣불리 부실규모를 공개했다가 자칫 불안한 투자자들의 연쇄 예금인출사태 벌어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실채권의 실상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도이치방크의 경우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3국의 국채 5억유로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3국 국영은행과 수백개의 모기지(장기주택대출) 기관에 빌려준 돈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반면 2002년 절세를 위해 본사를 두바이로 옮긴 독일계 데파은행은 부실채권 규모를 비교적 상세히 공개했다. 데파은행과 모기업인 히포부동산홀딩스가 지난 3월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공공부분에 804억유로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하자 독일인들은 자신들의 예금이 그렇게 많이 외국에 대여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히포부동산홀딩스의 경우 이미 올해 1분기 2,600만유로의 부동산관련 채권을 부실로 추가해 총 부실채권이 39억유로로 늘어난 상태다. ECB의 추산에 의하면 유럽의 대형은행의 부실채권은 1,230억유로에 달할 것이며 내년 1,050억유로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말 유럽을 방문해 유럽각국 지도자들에게 유럽 금융기관들도 지난해 말 미국 금융기관처럼 철저한 ‘스트레스 테스트(자본건전성 점검)’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파파데모스 ECB부총재는 “7월까지 유럽은행들이 스트레스테스트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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