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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최상철 지역발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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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최상철 지역발전위원장

입력
2010.06.0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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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낸다'는 옛 말이 있다. 모든 인적, 물적 기반시설이 풍부한 서울로 가야 그래도 입신양명(立身揚名)의 기회가 있다는 뜻. 수백 년 전 조선시대쯤 만들어졌을 것 같은 이 속담을 보면, 서울선호의식과 그로 인한 수도권집중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고 뿌리도 깊다 하겠다.

하지만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는 상황. 자원의 집중을 요구했던 압축성장시대라면 모를까,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로 가기 위해선 낙후된 지역발전의 과제는 반드시 풀고 가야 한다.

최상철(70) 지역발전위원장을 만나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들어봤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지역발전위원회는 우리나라 지역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곳. 각 부처별로 나뉘어져 있는 지역발전정책들을 총괄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구하는 사업들을 평가ㆍ관리하고, 지방에 배분되는 각종 자금의 심의업무도 담당한다.

지난달로 취임 2년을 맞은 최 위원장은 서울시의 '싱크탱크'인 시정개발연구원장을 지낸 도시계획ㆍ지역개발 전문가.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지자체가 창의적인 사업계획을 제시하면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면서도 "하지만 철저한 사후평가를 통해 저조한 사업은 과감히 퇴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지역정책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고 계십니다. 어느 때보다 지역발전에 대한 요구와 관심도 높구요. 취임 후 지난 2년이 어떠셨는지요.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이전 정부의 지역발전정책들에는 사실 인기영합적인 측면이 많았어요. 그 때문에 지방의 기대수준은 잔뜩 높아진 상태였지요. 그런 부담감을 안고 현 정부가 출범했는데, 막상 각 지방마다 개발할 장소만 만들어 놓았지 거기에 들어갈 내용물은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릇만 있고 담을 음식이 없는 격이라 할 까요. 지난 2년간 그걸 다시 교통 정리했는데,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한 현 정부가 과거 정부에 비해 후퇴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예컨대 지역발전위원회도 지난 정부에선 지역균형발전위원회였는데, 현 정부 들어 굳이 '균형'이란 단어를 뺀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더군요.

"결단코 저희는 지역균형발전을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후퇴하지도 않았어요. 아마도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방식이 달라져서 오해하신 분들이 있는 것 같군요. 이전 정부가 공간적, 지역적 형평성에 집착해 한정된 자원을 기계적으로 균등 배분하는 것을 강조했다면, 지금 정부는 지역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발전전략을 채택해 모든 지역이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모든 지역을 획일적으로 똑같이 균등화하는 것이 올바른 지역발전 방향은 아니라고 봅니다."

-결국은 서울이 문제 아닐까요. 서울과 지방이 함께 발전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서울로의 집중을 좀 억제해야 지방이 성장할 여지가 생기게 될 것 같은데요.

"이제 '서울 대 지방'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세계적으로도 30여개의 '메가시티'(거대도시) 권역이 세계경제를 견인하고 있어요. 서울은 중국의 상해 대도시권과 일본의 도쿄권과 경쟁해야 하는 곳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서울을 블랙홀로 간주하고 규제 중심 정책을 펼치는 것은 분명 시대 흐름에 역행합니다. 수도권은 종업원이 300명만 되면 공장을 확장할 수도 없어요. 최소한 수도권을 더이상 도와주지는 않더라도, 스스로 크는 것까지 발목 잡아선 안 된다고 봅니다."

-사실 맞는 말씀입니다. 기업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수도권을 규제하면 기업이 지방으로 가는 게 아예 중국이나 동남아로 간다고 하더군요. 수도권 규제가 지방발전의 올바른 해법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지방의 상생발전이 과연 말처럼 가능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서울집중의 폐해는 지방으로 갈 자원이 서울로 몰리는 것, 그리고 과밀화에 따른 비효율 두 가지 차원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전자의 문제에 관한 한 서울은 국제적 차원에서 다른 거대도시 권역과 경쟁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지방도 수도권에 대한 피해의식을 떨치고 스스로 체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서울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발전 축으로, 지방은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자생력을 갖춘 곳으로 키우면 상생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서울로 사람이 몰리는 근본적인 이유를 따지고 들어가면 일자리와 교육 때문일 겁니다. 결국은 이 문제를 풀어야 지방분산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맞는 얘깁니다. 좋은 일자리가 많아야 우수인력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위원회에선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광역경제권 단위에서 지난해부터 3년간 총 9,000억원을, 시도 단위에서 8,000억원을 투입해 기술혁신활동이 활발한 기업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또 기업체 수요 조사를 통해, 광역 경제권의 선도사업과 연계한 인재양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광역 경제권 별 거점대학 20곳에 올해에만 50억원씩 총 1,000억원을 지원합니다."

-서울 대치동의 유명학원 몇 곳만 지방으로 보내면 곧바로 지방이 뜰 거란 '농담 아닌 농담'도 있습니다. 그만큼 서울과 지방의 교육차가 크다는 얘기인데…

"특히 초등학교보다는 중고등학교의 격차가 큽니다. 이와 관련해선 지방의 군청소재지에 기숙형 공립학교를 설립하는 것과 지역에 자율형 사립고를 활성화하는 것, 2가지 방안을 마련중입니다. 자사고를 지방 명문고로 육성해 지방의 인재들이 모이도록 하는 겁니다. 또 서울대에서 시행 중인 지역 균형 선발제도를 명문 사립대학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앞서 언급한 차별화된 지역발전전략 얘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어떤 구체적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16개 시도를 '5+2'의 7개 광역경제권으로 묶었습니다.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동남권(부산ㆍ울산ㆍ경남), 대경권(대구ㆍ경북)에다가 인구가 비교적 적은 제주와 강원을 포함하는 개념이지요. 행정구역을 넘어 이렇게 광역으로 묶은 이유는 지역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어느 정도의 규모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광역경제권별로 2개씩 특화산업을 지정하고, 이를 선도산업으로 육성해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개념입니다. "

-컨셉은 좋은데, 하지만 결국은 돈 즉 재원문제로 귀결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정부에서도 다양한 지방 분권화 정책을 추진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재정분권에선 별 성과가 없었습니다. 지금 정부는 이 부분에 관해 많은 진전된 조치를 취했어요. 우선 지자체의 재정안정을 위해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를 신설했구요. 지역상생발전기금을 신설한 것도 획기적 조치였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지금까지는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각종 보조금을 줄 때 농식품부예산 따로, 국토해양부 예산 따로 식으로 내려갔는데 이런 부처별 꼬리표를 다 떼어 버렸습니다. 자율적으로 쓰라는 취지인 것이지요."

-자율성을 주는 것은 좋지만 그랬다가 예산낭비가 생기면 어떻게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자체 사업 중에는 실효성 없는 전시행정이 많은데….

"사실 그래요. 예컨대 지금 각 지역축제가 무려 813개나 되는데 내용은 천편일률이예요. 그래서 지원은 하되, 앞으론 지역별 맞춤형 개발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종전엔 지역사업에 대한 평가기능이 행정안전부와 지식경제부로 이원화되어 있었는데, 이젠 지역발전위원회로 일원화됐습니다. 앞으론 지자체의 재정자율성이 늘어난 만큼 책임도 철저히 물을 생각입니다. 평가결과가 좋지 않은 사업은 확실히 퇴출시키고, 대신 우수사업에는 확실히 인센티브를 줄 겁니다."

-지역별 맞춤형 개발사업을 좀 더 설명해 주시죠.

"다른 지역에 뭘 해줬으니까, 그걸 우리 지역에도 해 달라는 논리에서 벗어나자는 겁니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지 말고, 해당지역에서 특화된 사업, 상품성있는 사업, 경쟁력있는 사업을 만들자는 것이지요. 그런 사업에는 얼마든지 지원할 겁니다. 저희는 이 같은 지역별 발전전략을 '창조지역 개발'이라 부릅니다."

-창조지역은 또 뭔가요.

"창조지역의 핵심은 소프트웨어입니다. 이젠 더 이상 건물 지어주는 식의 하드웨어는 지원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대신 지방정부가 개발해 낸 독창적이고 기발한 사업, 돈이 없어서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업이 있다면 중앙정부가 기꺼이 지원하겠다는 거죠. 함평의 나비사업이나 포항 과메기처럼 지역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독창적인 사업이 정말로 필요합니다."

-현 정부 임기도 곧 반환점을 돌게 됩니다. 집권 후반기의 지역발전 정책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실 계획이십니까.

"하반기 중에 국가 농어촌 정책과 도시정책의 기본 틀을 마련하여 대통령께 보고할 계획입니다. 농어촌 따로, 도시 따로 아닌 둘을 아울러 정책방향과 핵심과제를 제시하는 최초의 작업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새로 당선된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을 초청해 정책설명회도 열 생각입니다."

■ 최상철 지역발전위원장 약력

1940년 대구 생

1961년 경북대 사범대 졸업

1974년 미 피츠버그대 도시계획학 박사

1991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2001년 한국지방자치학회장

2007년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2008년 5월~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장

인터뷰=이성철 경제부장 sclee@hk.co.kr

정리=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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